9월 장로교 총회가 '거리두기' 해제로 3년여 만에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막을 내렸다. 주요 교단들은 그동안 교단 안팎에 제기된 이슈들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로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는 저력을 보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숙제도 남겼다.

1년에 단 한 번 개최하는 총회는 교단 산하 교회와 노회의 문제와 정책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최고기구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장로교 총회는 교단마다 기대치와 눈높이는 상이했으나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다고 평가된다.

합동측은 총회 개막 전에 교단의 인사가 '여성안수' 문제를 이슈화했지만 다시한번 높은 벽을 실감했다. 총회에서 교단법상 '여성안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당분간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띄우는 것도 힘들게 됐다. 여성 사역자들에게 '준목' 호칭을 부여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한 게 그나마 소득이다.

9년 전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통합측은 그 후 명성교회 세습 논란으로 총회 때마다 뜨거운 쟁점이 됐다. 이번 총회에도 6개 노회가 목회지 대물림을 바로 잡아달라는 내용의 헌의를 올렸으나 총회에서 이미 통과된 수습안에 대해 재론이 불가하다는 걸 투표로 가결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통합측이 교회 세습문제를 정치적으로 푼 반면에 고신측은 총회에서 통과된 헌법개정안 교회정치 분과에 '세습 불가' 조항을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위임목사 또는 전임목사가 은퇴할 시 그 자녀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내년 봄노회 수의를 거쳐 내년 총회에서 확정된다.

장로교단들이 그동안 쟁점이 돼 온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해결 방안을 찾게 된 건 다행스럽다. 다만 그런 관점은 지금은 이런 문제들보다 좀 더 급하고 어려운 문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이며, 교단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각 교단이 이번 총회에서 다룬 '여성안수'나 '세습'문제는 한국교회 전체의 시각에서는 최우선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더 어렵고 위태롭게 하는 문제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해가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교세감소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 다시 확인됐다. 합동측은 지난해 교인 수가 17만여 명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9만여 명이 감소했다. 통합측도 2020년부터 2년간 14만여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일학교 학생 수가 근래 들어 38%나 감소했다는 고신측의 통계는 한국교회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통합 총회장 이순창 목사가 총회 개회 설교에서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많은 아픔을 겪었다. 하루에 우리 교단 교인 수가 313명씩 줄었다"고 한 건 그냥 엄살이 아니다. 교단의 중소형 교회가 하루에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합뿐만 아니라 합동 등 다른 교단들도 다 같은 처지라고 볼 때 절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 둔감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교회의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부재하다는 점이다. 통합은 그마나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 입학 정원을 3년간 매 4%씩, 총 12% 감축하기로 하는 등 교세 감축에 따른 '고육지책'에 들어갔다.

목회 현장에 닥친 위기에 교단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최근 일부 대형교회들이 작은 교회에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는 건 그나마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다. 지난달 26일 사랑의교회가 전국의 초교파 목회자 부부 5543명을 초청해 '한국교회 섬김의 날' 행사를 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한국교회에 부흥의 불씨를 다시 지피자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국에서 5천명이 넘는 목회자 부부를 교회로 초청하고 교인들의 가정에서 숙식을 함께하도록 한 건 교회가 크다고, 돈이 많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행사들이 일회성 구호로 그치지 않고 진정 서로의 가슴을 이어주는 가교로 이어질 수 있다면 오늘 한국교회에 닥친 위기를 함께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소통과 연대가 미국 남가주 한인 사회에서도 있었다. 미주 기독일보 등의 주최로 캘리포니아 토렌스 조은교회에서 지난 9월 26~28일 진행된 제1회 '위 브릿지(We Bridge) 컨퍼런스'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목회적 시련과 좌절을 겪고 있는 수많은 목회자 부부에게 위로와 용기를 줬다. 참가자들은 초반에 낯설었던 분위기를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스스럼없이 끌어안을 정도로 끈끈한 친목과 유대감으로 채워갔으며, 마지막 날 "더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한 참가자의 뭉클한 고백처럼 유의미하게 마무리됐다.

코로나 펜데믹은 미국 한인교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남가주 지역에서만 200여 교회가 문을 닫고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누가 누굴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게 이민목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위 브릿지 컨퍼런스'는 어려운 교회에 3년간 매달 500불씩 후원하는 물질적 지원에도 의미를 둘 수 있지만 모두가 주님의 사역을 위한 '동역자'라는 연대의식을 재확인한 게 더 큰 수확이었다는 후문이다.

교세 감소가 낯설지 않은 시대에 한국과 미국의 일부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불기 시작한 영적 '나눔과 섬김'의 훈풍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따뜻한 바람이 점차 한국교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주님이 나의 연약함을 돌보신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목회자 먼저 영적으로 회복함으로 모두 함께 다시 일어서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