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가수 소향이 6일 '세상을 바꾸는 시선'(세바시)에 출현해 '8번의 폐렴 끝에 부르게 된 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소향은 "20살에 CCM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실력을 잘 몰랐지만, 주변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내 안에서 '더 잘해봐야지'라는 욕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욕심에 쉬지 않고 연습했다. 지방이건 해외건 어디를 가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나의 삶이었고, 노래가 곧 나의 삶이었다"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나는 가수다 II'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가요라는 장르가 처음이었고, 대중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생각에 당시 많이 설레고 떨렸다.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지만, 내가 생각했던 노래의 전달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듯 싶었다. 그러면서 평가가 좋지 않게 나오다 보니 두려웠지만, 다른 가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가수로서 입문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녀는 "그 다음으로 나갔던 경선 프로그램이 '불후의명곡'이었는데 그 무대에서 마이클 볼턴의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해당 경선에서 1등을 한 이후 마이클 볼턴과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월드투어도 제안 받았었다. 그렇다 보니 나 자신은 폭주하는 레이싱카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대에 서면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차에 문제가 생겼다"며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고음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으며 폐렴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면, 폐렴이 3~4년 동안 8번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잘 낫던 게 나중에는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성대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성대를 컨트롤하기 힘들어졌고,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것이 힘들어지니 공포가 엄습해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래 부르는 것이 힘들어지다 보니 실수도 하게 되고 '노래를 그만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탄을 하며 도망치듯이 홀로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후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 곳곳을 여행하다가 필라델피아에 가서 어느 공사장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연설했던 문구가 현수막에 써있었다. '두려워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라는 문구였다. 그 문구를 보며 나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라며 "그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복면가왕' 무대에 서게 되었다. '나가수' 그리고 '불후의 명곡'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 수백 번 연습했지만, '복면가왕'은 목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몇 번만 연습해도 목이 쉬었다. 사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부족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나 자신의 두려움을 돌아보니 노래를 못하게 되는 두려움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지'라는 두려움이었다. 항상 100점 평판을 받다가 그 이하로 받는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러면서 내 목소리는 무엇 때문에 사용되는 건지, 왜 가수를 하고 있는지를 자문했으며,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사실 목 상태가 안 좋아서 고음도 못내고 노래를 부르면서 좌절을 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다시 일어나라'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는 마음으로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때 깨달았던 것이 아픔을 가져본 자만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내가 노래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소향은 "한때 나는 전력 질주를 하는 레이싱카처럼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천천히 가도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대형버스가 되고 싶다. 일하면서 때로는 힘든 시기가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통과 아픔의 시간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라고 생각한다. 보지 못했던 진정한 꿈을 보여주는 도구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하는 일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