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라서 두렵습니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장로라고 잘 알려져서 ‘예수 믿는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을 보여 줘야 할까, 기독교인이 정치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고민입니다.”

청계천 노동자로 시작해 현대건설 최연소 사장을 거쳐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청계천 신화’를 만든 전 서울시장 이명박 장로(소망교회). 17대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 장로가 그의 신앙에 대해 입을 열었다.

3일 저녁 5시 소망교회 ‘30주년 기념 리더십 특강’에서 이 장로는 어려웠던 시절과 신앙의 인도자가 됐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기독교인으로서 정치를 해 오는 동안 느꼈던 고민들을 털어놨다. 소망교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1일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2일 윤영관 전 외무부 장관, 정몽준 국회의원 등 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왔다.

이 장로는 간증에 앞서 선거법 위반 우려에 대해 “걱정 안하셔도 된다”며 농담을 건넸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난 8월 14일 신앙 간증을 허락 받았다.

“어머니는 행함으로 모범을 보인 신앙의 인도자”

낮에는 청계천에서 노동일을, 밤에는 대학 입시 공부를 하던 시절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일하던 어머니에 대해 “말이 아닌 행함으로 신앙인의 본을 보이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덜컥 대학에 합격하고 난 후 입학비가 없어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시장 사람들은 선뜻“아들이 새벽마다 시장 청소를 한다면 등록금을 대신 내 주겠다”고 했다. ‘좌판 자리를 허락한 이들에게 보답할 길은 이것밖에 없다’며 새벽마다 주위 상점 앞까지 깨끗이 청소했던 어머니는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존경받았던 어머니’였던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야고보서 3장 14절은 이 장로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구절이다. 그는 “어머니는 ‘예수 믿어야 된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시지 않았다”고 했다. ‘주일은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작은 목소리로 그저 ‘주일이잖아요’라고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를 사람들은 ‘예수 믿으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이 장로는 자신의 장로라는 신분이 정치와 세상일을 하는 데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번은 외국의 한 호텔에서 벨 보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팁을 줬는데 이름을 물어보지 못해 다시 찾아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아이가 ‘아임 차이니즈’라고 정색하더군요. ‘자신은 정직하다’라는 뜻이었습니다.”

“분열과 갈등이 넘치는 사회에서 어디에 가서도 ‘난 기독교인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저 사람은 예수 믿기에 신뢰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까. 기독교인이 1천만 명 있어도 사회가 혼탁하고 무너지는 것은 행함이 부족해서입니다. 규모와 헌금이 교회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 권사, 그 장로, 그 성도가 있어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만약) 장로 대통령으로서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불교인들이나 타 종교인들이 볼 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참 두렵습니다.”

“21세기는 섬김의 리더십, 천 번 설득해 안될 게 없더라”

지난 2003년 서울 시장으로 있던 시절 청계천 사업은 이 장로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다른 것보다 생존권을 내세우며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천 번 이상 만났던 일화는 유명했다. 특히 당시 결사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고했다.

“그러던 그 분이 청계천 공사가 끝난 후 먼저 감사패를 가지고 오더라구요. 내가 먼저 드려야 하는데. 이제는 그 분이 ‘이명박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었어요(웃음).” 이 장로는 “이 세상에 천 번 설득해 안될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한 경험에서인지 리더십에 대한 이 장로의 생각은 명확하다. “명령하고 따라오라는 식이 옛날의 리더십이라면 지금은 철저히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교회에서 차량 인도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막대기 하나만 들어도 ‘이리가라 저리가라’ 권력이 생깁니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예수라고 생각합니다. 없는 사람들, 약자들 속에서 발을 씻기시는 섬김, 그러면서도 대중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 줬습니다.”

더불어 그는 “21세기 서비스는 맞춤형 서비스”라고 했다. “교회 차량 인도도 1, 2년만 하면 누가 새신자인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가 아닌 새 신자들, 장애인,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주 자상한 서비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장로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길을 열어 주실지 기도하겠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세상일을 하면서 하나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