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의 바람직한 리더십 전환을 위한 해법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합니다. 1970년대 한인 이민 인구 증가와 함께 활발하게 진행된 미주 한인교회 개척은 한인 이민이 절정에 이르렀던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개척된 한인교회는 30년에서 40여 년이 지나, 교회 개척에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던 담임 목회자들의 은퇴와 다음 세대 목회자들의 위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공적인 목회 리더십 교체에 따른 미담 사례도 있었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교회 리더십 교체는 교계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교회와 성도들은 진통을 앓아야 했습니다. 이에 본보는 차세대 목회자들을 통해 앞으로 미주 한인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고 성공적인 교회 리더십 교체에 필요한 성경적 방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올해로 교회 창립 34주년을 맞는 웨스트힐장로교회는 2017년 12월, 오명찬 목사 취임으로 안정적인 목회 리더십 교체를 이룬 교회로 평가받고 있다. 오명찬 목사로부터 그간 교회에 있었던 일들을 들어봤다.
변화의 시작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숙함과 목회자의 소통 의지"
혹자는 '목회자가 새로운 교회에 부임하면 5년 동안은 아무것도 바꾸면 안 된다'라고 조언한다. 작은 주보 수정이나 피아노 위치 변경 때문에도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 교회가 분열되는 미주 한인 교회의 미성숙함을 드러냈던 사례가 드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웨스트힐장로교회는 오명찬 목사 부임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교회 주보와 교회 얼굴인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본당 의자까지 바뀌었다. 게다가 교회의 구조적 조정도 이뤄졌다. 모든 세대가 선교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연령별 선교회가 만들어졌고, 목장은 지역별로 재개편 됐다. 교회 펠로우십도 새 가족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개편, 확대됐다.
교회 취임 직후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오명찬 목사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었던 교회의 힘을 새벽기도에서 찾았다. 웨스트힐장로교회는 김인식 원로목사가 개척한 이후 34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365일 새벽 기도를 이어오고 있다.
오 목사는 "매일 새벽기도의 영성으로 다져진 성도들의 성숙함이 교회의 화합과 결속력을 지탱케 했다"며 "예배자로서의 신실함과 기도의 능력은 교회가 개척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분열되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리더십 전환에 따른 불협화음 없이 교회가 긍정적 변화로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오 목사의 소통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오 목사는 일을 시작하기 앞서 당회원들의 전적인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성도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와 과정을 설명하는데 열심을 냈다. 자칫 목회자의 권위를 내세우기 쉬운 시기에, 담임 목사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보다는 성도들과의 소통을 택했다.
오 목사는 "제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지만, 당회원 가운데 한 분이라도 반대를 하면 정말 추진하고 싶은 일도 내려놓는다"며 "목회자의 의지보다, 먼저는 성도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교회의 하나됨"이라고 강조한다.
하나됨의 비결, 본질적 교회를 향한 '비전' 공유
웨스트힐장로교회의 원만한 리더십 전환에는 교회가 가진 비전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된, 선교적 교회 공동체를 향한 비전 공유가 있었다.
오 목사는 취임과 함께 3가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했다. 첫째는 성도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는 '예배 공동체', 둘째는 예배를 통해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고, 복음 안에 치유되며, 성령의 충만함으로 성화의 삶을 함께 걸어가는 성도들의 모임인 '성령 공동체', 셋째는 초대교회 성도들을 닮아 선교에 힘쓰는 그리스도의 제자 된 '선교 공동체'이다.
오 목사는 교회가 본질적으로 붙들어야 할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하는 동시에, 담임 목회자와 리더들이 이끌어가는 교회가 아닌, 모두가 함께 세워가는 교회를 이루고자 했다. 이를 통해 모든 성도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을 공유함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성도들과의 충분한 비전 공유는 교회 구성원 각자가 본질적 교회를 향한 능동적 변화를 수용하고 담임 목회자가 교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더했다.
선교사로 사역했던 경험과 선교의 열정을 가진 오 목사는 교회 존재 목적을 선교에 뒀고, 명확한 동기와 목적을 담은 비전 공유를 통해 교회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지난여름 실시한 단기선교는 청소년,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성도들에게 선교의 기회를 제공하고 참여를 촉구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교회 모든 연령대가 참석한 올해 단기선교에는 70세에 가까운 성도까지 함께했다.
폭력배들이 난무하고 위험요소가 많았던 남미 엘살바도르 단기선교에는 한어권과 영어권 성도들이 무려 27명이나 지원해, 현지 교회와 함께 현지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감당했다. 엘살바도르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매년 들어갈 계획을 세울 정도로 성도들의 호응이 컸다.
중국 선교는 자칫 관광으로 끝나버릴 수 있는 현지 방문 대신, 복음화율이 0.1%도 미치지 않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8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수련회를 진행해 11명이 자발적으로 예수님을 영접했고 제자 훈련으로 인도됐다.
"교회 본질적 모습, 한인교회에만 머무는 것 아냐"
오 목사는 미주 한인교회의 미래를 전망하며 "더 이상 한인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주 안에서 모두가 예배하고 훈련받는 장소가 돼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미주 한인교회가 주축이 되어, 영어, 중국어, 히스패닉 등 언어별로 나뉘어 예배를 드리는 다민족 교회가 아니라, 영어권 교회로 점차 하나 되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 1세가 감소하고, 이민 2세 3세들은 영어가 더 편한 세대이기 때문에 한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는 20년 또는 30년 후,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웨스트힐장로교회는 이를 위해 지난 4월, 교회 인근 영어권 이웃 250여 명을 초청해 '문화 축제'를 개최하고 한인 성도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교회임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영어권 이웃들은 웨스트힐장로교회는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커뮤니티 교회로 알려지게 됐다.
오 목사는 "한국인들만을 기다리는 교회를 넘어 주변 영어권 사람들을 품지 않으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아도 결국은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한인 이민교회가 지역별로 목회 환경이 다르지만 이민자들을 돌보는 사역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교회 성도들이 한인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미국과 전 세계의 복음화와 부흥의 밑거름으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인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미주 한인교회가 영어권 성도들을 담기 위해서는 한인 교회 목회자들이 당장은 힘들더라도 영어로 설교하는 능력을 기르고, 영어권 사역자들과 교류를 시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어권, 영어권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다음 세대를 담을 수 있는 교회로 세워 나아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명찬 목사는 1998년부터 필리핀 마닐라 외곽 빈민가 지역에서 4년간 어린이 및 청소년 선교사역 가운데 맺혀진 아름다운 열매들을 시작으로, 미국 보스턴과 인디애나 지역 한인교회에서 다양한 사역으로 다년간 섬긴 후, 뉴저지 초대교회에 부목사로 7년간 청년부, 선교부, 영성 사역부, 가정 사역부, 상담 사역부, 일대일양육부, 한어 장년 공동체, 영어 장년 공동체 등을 두루 섬겼고, '페루 안데스 신학교'에서 부학장 및 교수로도 봉직했다.
그는 아시아 신학교에서 신학사(B.Th.) 과정을 졸업하였고, 고든-콘웰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 석사(M.Div.) 과정과 설교학 석사(Th.M. in Preaching) 과정을 졸업하였으며, 컨콜디아 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철학박사 (Ph.D. in Missiology) 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