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최초로 세워진 LA 연합감리교회(담임 이창민 목사)는 지난 16일, 창립 115주년을 맞아 "미주 이민사회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초창기 한인 이민사와 함께 걸어온 한인교회 역사를 되돌아보고, 한인교회의 미래의 모습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LA 연합감리교회 주관, 크리스천 위클리(발행인 조명환 목사) 후원으로 LA 한인타운 용수산에서 진행된 역사포럼에는 이덕주 전 감리교신학대학 교회사 교수,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김찬희 명예교수,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한국 기독교학 옥성득 석좌교수가 나서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 신학형성에 관하여 △70년대 이후 이민교회 발전사 △이민 사회 미래와 교회의 역할 이란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발제자들은 1903년 하와이 이민으로 시작한 미주 한인기독교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며 "그동안 미주 한인 기독교회가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했다면, 이제는 영적 중심의 역할로 나아가 한인 교민들이 한인디아스포라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도록 인도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들은 1세대 이민자들의 은퇴와 귀국, 이민자의 감소와 교인들의 고령화, 문화 언어적 세대간 단절 등 미주 한인 교회가 맞은 위기를 공감하며, 교회 갱신과 개혁, 바른 신학과 영성 회복, 차세대 지도자 양성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인 디아스포라 신학은 "텃밭 신학"
첫 발제자로 나선 이덕주 교수는 당시 발간됐던 기독교 신문인 하와이 <포와한인교보>와 샌프란시스코 <대도>를 중심으로 재미 한인디아스포라 신학을 '텃밭 신학'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미주 사회에서 한인 교회는 텃밭과 같은 역할을 감당했다"며 "1903년 하와이에 첫발을 내디딘 한인 이민자들은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자기 집 정원에 텃밭을 만들었는데, 이 텃밭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하고 고향을 느끼는 문화적 공간이었고, 자기 정체성을 간직하는 공간이자, 손자 손녀들과 텃밭을 가꾸며 한인들의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는 미주 한인들이 모여 고향 음식을 먹으며 모국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고국의 소식을 듣고 현지 적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치유와 소통의 현장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또 "선교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초기 이민자들은 애국심과 열정, 성실함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현지 목회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교회와 학교를 가장 먼저 세우고 주일에는 일하지 않는 철저한 신앙 원칙을 가졌었다"며 "그들은 적극적인 교회의 현실 참여로 애국 운동에 동참해 일본의 침략에 맞서 고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고 초기 이민자들의 성숙한 신앙의 모습도 설명했다.
그는 초기 미주 이민자들은 근면함과 신앙을 바탕으로 서구의 발전된 농업을 배우며, 교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걸어놓을 정도로 모범적인 이민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미주 한인 이민교회 위기
사회적 기능 넘어, 교민 위한 영적 센터 돼야
1970년대 이후 이민교회에 대해 발제한 김찬희 교수는 "미주 한인 이민교회는 신앙 공동체를 넘어 사회 공동체적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감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이민교회는 이민자들의 30%가 기독교인이었지만, 당시 미국 한인들의 70%가 기독교인이었을 만큼, 교회는 이민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어 이민자들을 전도해 영적 보금자리를 제공함과 더불어 이민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케 하는 돌봄을 제공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찬희 교수는 이어 "미주 한인 이민교회가 70년대 교회 건축, 80년대의 교회 성장, 90년대 교회 본질 회복을 추구하며 성장했다면, 2000년대 부터 이민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교세가 기울고 교인들도 고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민교회 쇠퇴 원인을 '신학과 영성 훈련 결여'와 '차세대 지도자 양성 실패'로 꼽고 "미주 한인교회는 교인들의 신학적 소양과 영성훈련에 집중해, 진실된 크리스천 양성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신실한 차세대 지도자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앞으로의 한인교회 사역은 노년 사역이 확장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한인 전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 교회 미래, 실패한 역사에서 배워야
옥성득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며 기독교의 미래를 내다보기 전에 역사를 돌아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성장과 쇠퇴가 반복된 역사였음을 설명하면서 한국 교회와 미주 한인교회가 쇠퇴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성득 교수에 따르면 한국 교회는 1910년 일제의 탄압 하에 정체기를 맞았고, 1919년 3.1 운동 전후로 반 기독교 정책에 따른 극심한 쇠퇴를 겪었다. 옥성득 교수는 이 당시 한국교회 쇠퇴의 원인으로 목회자의 영적 부패를 꼽았다.
"한국 교회 1세대는 가난했지만 1930년도 2세대는 신분상승과 더불어 소수의 목회자가 대형교회를 다스리는 권위적인 교회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교회는 이전보다 성장했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권이 사라지고 목회자와 장로들이 재물과 성적으로 타락하는 일들도 많게 됩니다."
옥 교수는 해방과 6.25 전쟁 이후 한국 교회 3세대가 전쟁의 아픔을 딛고 교회를 재건한 1945년부터 2000년까지를 한국 교회의 급격한 성장기로 봤다. 그 이후 한국 교회는 다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맞고 있는 쇠퇴의 원인은 1980-1990년대 지도자들이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기독교 1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는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개혁과 갱신은 뒤로한 채 신학교를 늘리고 교회의 외형적인 투자에 몰두했습니다. 이후 목회자의 세속적 타락이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신학교 정원 축소, 주일학교 감소 등 한국 교회는 정체를 지나 쇠퇴의 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옥 교수는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동안 한국 교회는 계속 쇠퇴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한국교회가 성장과 쇠퇴를 경험하며 하나님께 회개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일과 같은 한국 사회를 크게 움직이는 새로운 '변수'로 인해 한국 교회 개혁과 성장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