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목사, 백종국 교수, 오세택 목사)는 19일(화) 오전 10시 명동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교회 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연구위원)가 사회를 맡았으며, 전성민 교수(웨스터민스터신대 구약학), 김판임 교수(세종대 신약학), 배덕만 교수(복음신대 교회사), 현요한 교수(장신대, 조직신학),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학), 박영신 명예교수(연세대 사회학과)가 강사로 나섰다.

전성민 교수는 ‘교회세습에 대한 구약학적 고찰’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전 교수는 과거에 있었던 논의를 보면 ‘교회세습’이 아니고 ‘담임목사직세습’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크게 한국 사회의 혈연주의와 한국교회의 권위적 지배구조가 세습을 갖고 왔다고 요약했다.

전 교수는 “혈연을 통한 왕위 세습이 구약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권위적 지배구조인데, 구약 성경은 이러한 왕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모세를 승계한 여호수아, 엘리를 승계한 사무엘, 엘리야를 승계한 엘리사 등 바람직한 지도력 승계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모두 혈연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전 교수는 세습을 정당화하는 여러 구실들 중 자주 반복되는 두 가지 구실로, 첫째 자녀가 부모의 담임목사직을 계승할 때 안정적인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과 둘째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됐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이러한 이유들이 세승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인 리더십 이양의 핵심은 후임자가 아들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이라는 데 있다”면서 “여호수아는 모세의 아들이 아니었지만, 미리부터 준비된 사람으로 성공적인 리더십 이양의 예이다. 문제는 후임자를 준비시키기 시작할 때부터 혈연이 기준이 돼 선택된다는 점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전 교수는 세습이 진정 안정적인 목회를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목회사회학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어 구약이 보여주는 하나님 백성의 윤리 수준은, 적법한 절차로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즉 어떤 행위가 법의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에 호소하는 방식은 굳이 세습 뿐 아니라 다른 행위들을 정당화할 때도 흔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것이 바른 삶의 기초일 뿐, 어떤 행동의 윤리적 가치를 판단하는 의미있는 기준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끝으로 “기독교가 혈연이 아니라 언약의 종교이며,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권력을 이어받은 자녀들은 정반대의 악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대조적으로 바람직한 지도력 이양으로 보이는 예들은 모두 혈연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판임 교수는 ‘신약성서에서 바라본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신약성서 안에서 교회세습의 근거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한데, 어디에도 교회세습을 논하는 내용이 없어서”라고 했다. 그는 교회는 혈육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목사가 개인의 재산을 털어 교회를 창립하고 열심을 내어 부흥하게 되면 타인에게 주기 아깝게 여겨지고, 가업이라 생각해 남이 아니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고 이런 이유들이 세습을 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회세습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교회세습 개선 방안도 몇 가지 내놓았다. 그는 “한국교회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온 대형교회의 경우 목사들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어 재정 운용이 투명하지 않고,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인식에서 후임 목사와의 갈등을 우려해 세습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교회세습을 막고 바른 교회문화 정착을 위해, 교회 결정의 민주화와 재정 운용의 투명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