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특히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카고 도심 한복판, 지붕 없이 살고 있는 홈리스들에게는 더 없이 힘든 나날이 아닐 수 없다. 도심을 걷다 보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홈리스들이 거리에서 떨고 있는 것을 본다. “I am just hungry! God bless you! … We just want to EAT!” 초라하지만 또박또박 써 놓은 홈리스들의 푯말(?)을 읽을 때마다 기독교인의 한 명으로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의 양심이 소리를 지른다. 하루에 수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냥 홈리스 곁을 지나쳐 간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 지 알지 못한 채 혹은 그저 길거리에서 만나는 많은 홈리스 중에 한 사람이겠거니 하는 무관심으로….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샌클레멘트에서 혹독한 추위로 사망했다는 한 홈리스의 이야기가 신문을 통해 들려왔다.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유공자였던 그는 고약한 성질로 유명했지만 홈리스 사역단체에 의해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침례’를 받은 후 급격히 온순해졌다고 했다. 다행히 주를 영접해 영혼의 안식을 찾았으나, 그의 육체는 안식을 찾지 못하고 유례없이 추운 밤 ‘비치’ 곁에 몸을 뉘인 채 그는 조용히 숨을 거뒀다.
캘리포니아 보다 훨씬 혹독한 겨울을 자랑하는 시카고는 유난히 홈리스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 시장이었던 리처드 매기 데일리는 홈리스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2012년까지 홈리스 없는 시카고를 만들겠다고 공약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홈리스들과의 전쟁은 감축된 예산과 밀려난 우선순위로,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말았다.
시카고(2007년, United Power for Action & Justice 조사 결과)는 전체 어린이 30%가 가난을 경험하고 있으며, 전체 가족 중 10%가 극도로 심한 가난 속에 살고 있고, 홈리스 인구는 수천수만 명으로 추정, 10만명 이상이 홈리스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2007년 당시 홈리스들을 돕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는 한 홈리스 당 100불을 사용했고, 뉴욕시는 37불을, 필라델피아는 11불을 사용하는 반면, 시카고는 '고작' 3불을 사용할 뿐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시카고 트리뷴 지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시카고의 홈리스 학생들의 수는 늘고 있는 반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은 오히려 감축돼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일리노이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주(州)내 홈리스 학생수는 2010년 11월 2만9천264명에서, 2년 후인 2012년 11월 3만5천718명으로 늘어났다. 시카고 공립 학교 협의회가 조사한 홈리스 학생의 수는 1만2천48명(2012년 11월)으로 조사됐으며, 2년 전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홈리스 사역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카고는 그 움직임이 아직도 미미하다.
혹독한 추위에 떨고 있는 홈리스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점잖은 레위인이 아닌 따뜻한 사마리아인으로 진정한 그들의 이웃이 되는 한인들이 되길 소망해본다. ‘이방인이었던 사마리아인이 따뜻한 섬김으로 진정한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었듯, 이 땅에 이방인으로 온 한인들의 따뜻한 온정이, 진정한 이웃 사랑을 드러냈으면’ 작은 소망의 울림이 찔리는 양심을 넘어 힘차게 울리는 듯 하다.
쓸쓸한 홈리스의 죽음이 남긴 교훈
[기자 수첩] 떨리는 손, 한인들이 잡아줄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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