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던 하마스 세력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수십년 만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듯 위태롭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위기가 숨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시대입니다. 뉴리퍼블릭에 실린 논설은 이 시대를 영속적인 위기의 시대 (The Age of Perpetual Crisis)라고 불렀습니다. 재정위기, 경제위기, 신용위기, 전쟁위기, 금융위기, 환경위기, 보건위기, 심지어 2012년 12월 지구 종말 위기에 이르기까지 위기 투성이입니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시끄러운 위기도 많지만 바로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위기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재선이 되고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서 금년 말로 예정된 재정절벽도 위기로 불거집니다. 세법과 재정 관련 법률이 엉키고 설키면서 금년이 끝나면 통제할 수 없는 경제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제 한번의 커다란 위기를 잘 극복하면 한 동안 평온한 항해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사라집니다. 아예 우리 앞에 있는 바다는 고요한 바다가 아니라 항상 거친 풍랑과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상존하는 위기, 지속적인 위기, 영구적인 위기, 영속적인 위기 속에서 사는 것이 바로 정상적인 삶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인류 역사는 항상 위기가 지배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약 50년간 인류가 경험한 평화와 번영은 5만년 인류 역사 속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많은 학자들이 지적합니다. 모든 것이 잘 나가고 잘 풀리고 확장되고 성장하는 시절은 원래부터 지극히 예외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인식하는 위기는 상당 부분 시끄러운 잡음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염려하는 것의 대부분이 사실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는 지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언론 산업이 발달하고 최근 들어 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통신과 소통이 가능해 지면서 작은 잡음의 크게 증폭되는 일이 잦아 졌습니다. 누군가 위기라고 떠들어 댑니다. 그렇게 해야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없는 위기도 만들어 낼 정도인데 작은 가능성만 가지고도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확성기를 틀어 댑니다. 소통이 늘어나고 확대될 수록 위기감이 늘어나게 되는 이유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통의 원래부터 위기를 과장하고 확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속적인 위기의 시대를 사는 방법은 내적인 평안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안정감입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서두르지도 주저 않지도 않고 영속적이고 지속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하나님께서 약속하시는 평안입니다. 고요한 가운데서 누리는 평안이 아니라 폭풍과 파괴 곳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평안입니다. 절대자를 알고, 절대자를 경험하고, 절대자를 따르는 자가 누리는 절대 평안입니다. 이제 위기를 알리는 잡음에 둔해지는 청각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앞을 보면서 뚜벅 뚜벅 걸을 수 있는 인생이 되면 누릴 수 있는 절대 평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