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처음으로 절대빈곤 인구가 감소했으나 불평등은 되레 심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아동의 삶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일 전세계 불평등 실태와 이러한 문제가 아동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불평등 보고서(Born Equal)’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천년개발목표(MDGs) 등 빈곤퇴치를 국제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전 세계 절대빈곤 인구가 1990년 20억 명에서 올해 13억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감소한 것은 전 세계 빈곤 추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이래 처음이다. 같은 기간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역시 1,200만 명에서 690만 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절대빈곤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득, 거주지역, 성별 등에 따른 상대적 빈곤은 오히려 더 심화됐으며, 이러한 불평등은 아동의 삶에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저소득국과 중간소득국 32개국을 표본 조사한 결과 소득 상위10%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출은 하위 10% 가정보다 35배 더 많았다. 전 연령에 걸친 일반적 지출에서는 이 차이가 절반 (17배)에 불과했다. 이는 성인보다 아동이 불평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평등의 정도도 갈수록 심각해져서,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출 격차는 1990년대 27%에서 2000년대 35%로 커졌다.

보고서는 소득뿐 아니라 거주지역, 성별 등에 따라 아동들이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불평등은 아동의 인생 전반에 걸쳐 오래 가는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나이지리아에서는 가구소득 최하위 20%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1,000명 당 219명으로, 87명인 최상위 20%의 2배 이상이었다. 중국에서는 농촌지역 아동의 발달지체 비율이 20%로, 국가 평균의 2배, 도시 평균의 6배에 달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선진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세계 8위의 경제수준을 자랑하는 캐나다에서도 가난한 가정의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시력, 청력, 말하기에 있어 2.5배 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990년대 전 세계 빈곤층의 93%가 저소득국에 거주했으나 현재에는 70% 이상인 10억 명이 중소득국에 분포해 있다” 며 “이제 세계 빈곤 문제의 해결은 심화된 불평등과 자원 불균형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보편 보건 서비스 및 교육시스템 구축 ▲도시와 지방의 균형 ▲개발 최저임금 및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노동시장과 사회적 보호 환경 구축 등 자원 재분배와 최빈곤층을 우선하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파른 성장에도 비교적 낮은 불평등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성공사례를 들며, 기회의 불평등 최소화를 위한 보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빈곤 퇴치를 위한 전 세계적 약속인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절대빈곤 감소에 기여한 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MDGs 이후의 국제개발 담론에 불평등 해소가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