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고난주간에는 교회와 기관별로 이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이러한 모임에 참석해 보지만, 그 십자가 사랑과 희생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아 눈물바다 한가운데서 눈치만 보고 있던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더 이상 십자가가 감격스럽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참 회복의 복음 <가상칠언(생명의말씀사)>을 펴냈다.

20년 전 <십자가>, 15년 전 <피 묻은 복음에 빠져라>는 제목으로 이미 발간했던 책을 출판사와 이름을 바꿔가며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남준 목사는 서문에서 “참 이상하게도 십자가를 주제로 한 책들은 출판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며 “믿는 사람들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소외당하고 있고, 십자가의 복음을 식상하게 여기거나 꺼리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오늘날은 십자가의 피 묻은 복음 대신 이 세상에서 누리는 성공과 행복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학계에서 전통적인 칭의 교리가 위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그러나 세상의 풍조는 나날이 갈리어도 복음은 언제나 불변하는 십자가와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르고 신학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신학의 모든 것을 모르나 십자가를 아는 사람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남준 목사는 “이 책에 담긴 진리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기본이자 복음의 정수이기 때문”이라며 “성경의 모든 진리가 다 소중하지만, 특별히 이 책에 담긴 내용은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의 믿는 도리의 정수가 되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십자가에 대한 교리적 지식이 아니라, 이 위대한 교리의 의미를 영적으로 깊이 체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은 십자가, 피, 고난… 그런 것 말고 좀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저는 십자가보다 더 희망적이며 긍정적이고 통쾌한 주제를 알지 못한다”며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외면해도, 믿는 사람들조차 시선을 주지 않아도, 십자가가 복음의 정수이자 하나님의 지혜의 핵심이며, 구원사의 클라이맥스이자 사랑의 절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진정 사랑해야 할 십자가는 ‘생각 속의 십자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주님의 십자가를 회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도 고상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흐르는 눈물을 씻고 강철 같은 강인함으로 고난과 시련의 십자가를 지고 좋으신 주님을 위하여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헌신은 관념 속에 이뤄지지 않았고, 아들의 몸 바침은 단지 생각 속에 머물지 않았다.

그 십자가는 용서받지 못한 죄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이미 죄 사함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생명을 누리는 근원이다. 십자가를 날마다 묵상하고, 거기서 위로와 고난을 이기는 용기와 사랑을 힘입어 어두운 세상에서 불꽃처럼 살아야 한다. 세상과 화목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십자가를 삶으로 보여주는 그리스도인들과 그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에 불붙은 교회여야 세상 속에서 소명을 따라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