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최근 "롬니는 훌륭한 기업인이었다"는 발언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프를 불편하게 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바마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화끈하게 지원하고 나섰다. 이날 밤 뉴욕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재선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였다.
월 스트리트 재력가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과 세계로서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재선 운동을 펼치면서 내놓은 반(反) 롬니 수식어보다도 훨씬 강도가 높은 수위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 캠프가 롬니 전 주지사의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 최고경영자 경력에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데 대해 "위험한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나아가 롬니가 기업인으로서 훌륭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그 자체가 대통령의 자격에 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는 게 발언의 취지였지만 자칫 롬니의 경력을 치켜세우는 것처럼 들려 오바마와 클린턴간에 이상기류가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롬니 캠프는 이를 놓칠세라 요 며칠새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균열을 파고들고 부각시키는 홍보전을 펼쳤다.
지난 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의 경쟁자였던 오바마 후보를 향해 "연방 상원의원 1년 경력에 불과한 사람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던 동영상을 들추어내 인터넷과 광고를 통해 유포시키는게 대표적인 경우이다.
때마침 일부 지역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내 상.하원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와 클린턴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양상까지 겹쳐져 이런 갈등설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또 시기적으로 지난주 발표된 실업률 통계치가 8% 벽을 깨지 못하고 8.2%로 다시 상승하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오바마 캠프로서는 '민주당 거물'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언행은 마뜩지 못한 터였다.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억측을 날려버리려 작심한 듯 보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롬니 대통령 재앙' 발언에 덧붙여 롬니 전 지사가 유럽을 위기에 빠트린 "낡은 유럽식 경제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도 공박했다.
민주당 지지세력내 촘촘한 지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막강한 자금 동원력과 표몰이 수완을 갖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능력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고지를 오르는데 꼭 필요한 자산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함께 한 3개의 성대한 정치자금 모금행사 자리는 며칠사이의 해프닝을 뒤로 하고 두 전현직 대통령의 튼튼한 `2인3각' 연대를 과시하는 장으로 자리매김됐다.
정치권에서는 일각에서 관측하는대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2016년 대선도전과 또 다른 `클린턴 행정부'를 세우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서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이날 3곳에서 연쇄적으로 진행한 '트리플헤더' 행사를 통해 최소 360만달러를 모금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