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국정연설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4년 국정연설에서 사용했던 세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America is back"(미국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이 그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새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며 이 화두에는 오바마가 `미국'을 자신의 러닝 메이트로 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오바마는 자신이 앞에서 인도하고 근로자들이 뒤에서 받쳐준다면 미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1984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전에서 보여준 전략과 다르지 않다.


오바마의 이런 메시지는 미국을 상대적으로 암울하게 묘사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이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28일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전국 노조 지도자 1천7백여명이 모인 총회 자리였다. 오바마는 여기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고 역설했다. 취임 직후인 2009년 초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반발은 물론 행정부 내부의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에 총 8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한 것을 상기시킨 표현이었다.


구제금융에 반대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심리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당시의 구제금융 결정을 발판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은 기사회생했고 구제금융 자금도 80% 이상 회수됐다.


오바마가 이날 총회에서 23분간 연설하는 동안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가 정치, 정책적 주장을 펼칠 때마다 노조 지도자들은 "당신 자랑스럽다", "노조가 만들자" 등의 구호로 화답했다.


2008년에도 오바마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구호로 국민을 매료시키면서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공화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이어가는 롬니는 미국이 글로벌 파워로서의 지위와 경제력을 상실했음을 강조하는데 비해, 이처럼 오바마는 연일 희망과 자신감을 내세운 낙관론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그의 대선전략은 일단 약발을 받고 있지만 리스크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주 동안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오바마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란과 시리아 사태 등으로 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유럽의 재정위기 탈출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는 다시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 낙관론 전략이 한순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이런 전략이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측 여론조사 업체인 그린버그 퀸랜 로스너의 스탠리 그린버그 대표는 "미국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예를 들어 개인 부채 부문에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연설 직후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America is back"이라는 구호가 오바마의 메시지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낙관론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통령사(史) 전문가인 로버드 달레크는 "역사적으로 낙관론은 언제든 대선 후보자가 들고 나오기에 괜찮은 아이템"이라며 "관건은 (대선을 앞둔) 9∼10월의 경제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