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현 뉴욕시장과 에드워드 코흐 전 뉴욕시장은 평소 막역한 사이다. 그런 두 사람이 미국 금융위기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월가 점령' 시위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병폐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두 사람은 문제의 근원에 대한 접근법에서 큰 시각차를 보였다.


월가 출신의 억만장자로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블룸버그 시장은 금융위기의 주범이 누구인지를 따지지 말자는 입장인 반면 코흐 전 시장은 미래를 논하려면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또 블룸버그가 정치권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비해 코흐는 금융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1일 `더 나은 뉴욕을 위한 협회'(ABNY)가 맨해튼 힐튼 뉴욕호텔에서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월가 시위대가 제기한 우려와 관련해 누구의 책임인지는 굳이 따지지 말자고 했다. 특정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재미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판 일변도는 당국자들을 복지부동으로 몰게 된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나 코흐는 "자전거를 훔친 아이는 감옥에 가고, 수백만달러를 훔친 누군가는 벌금으로 끝나는 것은 잘못됐다"며 미국 사회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풍토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광범위한 실업과 부의 손실을 초래한 금융위기의 장본인과 그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확연한 인식차를 드러낸 것이다.


무소속 정치인으로 금융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블룸버그는 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위기의 책임을 은행이 아닌 정치권에 돌렸다. 그는 "모기지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은행권이 아닌 의회다. 이는 너무나 쉽고 단순한 문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에게 무분별하게 모기지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 의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이미 타깃이 됐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의회는 절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거듭 정치권을 몰아부쳤다. 블룸버그가 정치권을 이처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레적이다.


그는 월가 시위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구호가 건설적이지 못하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들도 마구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단순히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코흐 전 시장은 블룸버그가 탁월한 역량을 가진 기업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금융위기와 월가 시위에 관해서는 견해가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은 유대인으로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인과응보를 믿는다고 운을 뗀 그는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 등 혐의로 고발됐던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이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은행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사업에 대한 비용에 불과하다"며 금융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벌금을 물었나? 길에 버린 쓰레기 때문에? 그들은 고객과의 관계 남용으로 벌금을 물었다"면서 "나는 누군가, 대규모 금융기관에서 단 한명이라도 형사처벌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코흐 전 시장은 "그들은 이 나라 국민을 거지로 만들었다. 지난번의 금융위기로 모두 2조달러가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며 무책임한 금융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간담회장을 가득 메운 재계 지도자와 의원들은 이같은 확연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발언할 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번 간담회에는 데이비드 딘킨스 전 시장도 패널로 참가했으나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은 캘리포니아 출장 일정으로 불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