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인준 과정에서의 파행과 이후 불거진 금권선거 논란으로 한기총이 반 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기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구성원 전체의 아픔이자 부끄러움이다.

때문에 이제 오는 7월 7일로 예정된 특별총회에서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기를, 모든 성도들은 바라고 있다. 이같은 때에 본지는 한기총 제5대 총무(2000-2002)를 역임한 박영률 목사를 만나 한기총 사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박 목사와의 일문일답.


원인제공자가 회장 직무대행에게 ‘일개 집사’라니…
당사자들, 먼저 회개하고 그에 합당한 모습 보여야


-한기총 사태가 벌써 반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기총의 전 총무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한기총은 보수적이고 성경 중심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교단들의 대표기관인데, 그곳에서 그런 벌어진 사건에 대해 전직 총무로서 성도들과 국민들에게 부끄럽다. 이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원인제공자에 있다.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거나 회개하는 자세가 아니라, 누구보다 깨끗했다고 하는 건 한국교회 모독하고 전도의 길 막는 것이었다.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돈을 받았다면 먼저 그것을 돌려주고 철저히 회개하며, 하나님과 교회 앞에 국민들 앞에 겸양하는 자세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법원이 개입해서 직무대행이 왔는데, 그분이 평신도로서가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왔다. 그런데 원인을 제공해놓고 일개 집사라느니 하는 얘기는 한국교회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교회 다니는 사람이 하나님 법만 지키고 세상 법은 안 지키겠다는 건가. 그건 아니다. 안타깝다.”

-이번 일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해보셨는지.

“한기총의 실무를 맡았었던 사람으로서 마음 아팠지만, 앞장서서 중재할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양측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 자문을 구하기에 소신껏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원인제공자에게는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사과해서 풀라고 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말 당신들이 개혁하고자 한다면 성경적이고 합당한 모습 보이라고 했다. 삭개오처럼. 삭개오는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도 전에 재산의 반을 나눠주고 토색한 것이 있다면 4배나 갚겠다고 했다. 그게 진정성이다.”

한기총 해체론자들은 지나치게 자기 의 강조하는 것

-비판 여론이 거세지다가 급기야는 한기총 해체론까지 등장했다.

“한기총이 해체된다고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날까지 한기총에 기여한 것이 있나. 그런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서 해체하자고 주장하는가. 차라리 회개를 촉구하고 대각성운동을 일으키자고 한다면 모를까. 해체해야 한다는 건 자기 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기에 또 하나의 실망만 남기는 것이다. 그들 말대로 해체되면 비슷한 단체가 또 생긴다. 그러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꼬이게 된다.”

-목사님께서 총무직을 수행하실 때는 한기총이 어땠는가.

“나는 이만신 목사님과 김기수 목사님이 대표회장을 하실 때 총무를 역임했다. 그때까지는 봉투가 오간 일이 없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정도였고, 그나마도 자리가 자주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후부터는 계속 잡음이 들려왔다. 모 호텔이 아지트라느니 어떤 교단의 방을 빌려서 제3자 내세워서 돌렸다느니……. 주니까 받고 받으니 준다.”

-얼마 전 이광선 목사님과 길자연 목사님이 합의안을 발표했는데.

“끝까지 싸우지 않고 화합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잘못했으면 정직하게 하나님과 국민 앞에 회개하고,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기총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할 것 같다.

“양자가 진짜로 회개하는 마음이 있으면, 물러나서 제3자에게 맡기고 제도나 법을 다 고쳐 누가 보아도 이런 일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다시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진짜로 화합하려면 당신도 나도 잘못했으니 책임지고 수습하고 물러나자고 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양자가 마치 정치적으로 야합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법 다 고쳐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야

-특별총회가 이제 곧 열리는데, 한기총 개혁을 위한 견해를 제시하신다면.

“첫째로 한기총은 기독교 단체이지 NGO가 아니다. 상임총무가 실무를 맡게 돼 있기 때문에 굳이 사무총장이 있을 필요가 없다. 사무처장이나 사무국장이 총무의 지시를 받아 일하면 된다. 근데 한기총은 총무직과 사무총장직이 다 있다. 이것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다.

두번째로 NCC는 진보를 대표하고 한기총은 보수 대표하는데,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가 있다. NCC에서 임원을 하는 사람이 한기총에서도 임원을 하려 하고. 신학과 신앙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오전에는 NCC, 오후에는 한기총의 눈치를 본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차제에 한기총과 NCC 모두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

세번째로 대형교단이 양보를 좀 해야 한다. 한기총은 연합단체기에 대표회장을 어느 정도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데, 표를 많이 가진 통합과 합동이 관장하려고 하니 연합운동이 아니고 기득권 싸움이 된다. 이런 것이 제대로 정리 안 되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대표회장 권한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한기총은 대통령제, NCC는 내각제에 비유할 수 있다. NCC는 대표가 있지만 실제로는 총무가 주도한다. 그런데 한기총은 총무는 일꾼이고 대표회장이 대표성을 갖는다. 둘 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총무가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임기가 한기총 대표회장은 1~2년, 총무는 3년이다. 그런데 대표회장은 1년만 하고도 물러나면 명예회장이 되고 평생 실행위원이 되는 반면, 총무는 3년 실무를 해서 한기총에 대해 잘 아는데도 실행위원직도 주지 않는다. 전직 총무들이 한기총에서 하는 일이 없다. 실무를 잘 아는 총무가 임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총무들이 연임한 적은 없다. 그건 좋다고 생각한다. 장기집권하면 좋지 않으니. 그러나 실행위원 되는 것도 막아선 안 된다. 차제에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직무대행도 과거 총무들의 의견을 한 번쯤 들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총무 출신들도 모아서 간담회 한번 해야 한다.”

-한기총 뿐 아니라 한국교회 곳곳에서도 계속 잡음이 들려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원인은 탐심이다. 십계명 중 10번째 계명, 그게 십계명의 결론이다. 한국교회가 대오각성해야 한다. 지도자의 영향력은 소리 지르고 돈 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격과 덕성에서 나온다. 그것을 회복하지 않는 한 계속 어려워질 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그런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는 권징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질서가 없고, 도덕과 윤리의 결함으로 자기 통제를 못한다. 머슴을 가장하고 황제 노릇하는 일부 목회자들로 인해서 안티기독교가 형성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기총과 한국교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래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런 부정적인 모습은 한국교회에서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다만 그 일부를 세상이 전체로 본다. 골방에 들어가서 안타까워하며 괴로워하는 목회자들을 많이 알고 있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낙도, 농촌, 오지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사명 때문에 밤새워 일하는가. 그런 분들이 있기에 한국교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박영률 목사는

1942년 강원도 양구 출생인 박 목사는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사회복지행정으로 석사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CCC와 기독교21C운동본부, 한기총, 성시화운동본부에서 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냈고 성결대,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34년간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가발전기독연구원장, 한국교회복지선교연합회 이사장, 정의사회운동전국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