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거 잘 안된다. 형이 한 번 해봐”
정남이는 형이 가져온 비디오와 mp3를 작동시키는 것이 어려운 듯 철남이에게 부탁했다.
“야~아 이거 귀에다 대봐~”
“하나님이 천지를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아십니까?”
“형, 잘 들린다. 야~아 이제 이것으로 여기있는 야덜(8가정)집 동무들이 하나님 말씀을 잘 배울 수 있갔구나~~” 생각만 해도 좋은 듯 정남이는 신이 난 듯 말했다.
“정남아 너 내가 했던 말 잊지 말라, 우리가 하나님 믿는 것이 알려지면 너하고 나만 아는걸로 해야 돼, 너네 형수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니까…”
“참 형은 몇 번이나 말해 나도 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두 형제는 중국에 있는 일꾼이 보내준 성경공부 교재들의 사용법을 연습하면서 매번 그렇게 다짐하였다.

‘쾅~ 쾅~’
“형! 이거이 무슨 소리야?” 누군가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야~아 날래 이것들 박스에 넣어 댄스(텔레비젼) 밑에 숨겨…” 철남이는 겁에 질린 동생을 안심시키며 성경공부 교재들을 텔레비전 밑에 숨겨 놓은 것을 확인하고 대문을 열어주었다.
“야! 이 간나 날래 날래 문 열지 않고 뭘 꾸물거려~~”
날카롭게 소리 지르던 그는 들고 있던 총의 개머리판으로 철남이의 어깨를 후려쳤다. 뭐라 한마디 말도 못하고 철남이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보위부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동무들 먼지 하나도 남기지 말고 샅샅히 뒤져 찾아내야 한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군화발로 방에 들어가 얼마 되지 않은 짐들을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 집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주님, 제발 그것만은 안됩니다. 그것만은 저들이 손대지 못하게 하시라요…” 철남이와 정남이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텔레비전 밑에 숨겨 놓은 박스가 열렸다.
“어~어 이거이 뭐야~” 숨겨 놓은 CD와 MP3를 이상한 듯 살피던 보위부원들이 내용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의 얼굴이 성난 사자처럼 변하였다.
“공화국의 배신자들, 수령님과 장군님의 은덕으로 살면서 이런 악질적인 반동질을 해, 오늘 그 후과가 어떤지 보여주고 말갔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철남이와 정남 형제를 향해 사정없이 매질이 가해졌다.
“이런 악질적인 짓을 누가 시켰어? 또 누가 가담했는지 말해”
“우리 둘만 알고 있슴다. 아무게도 말하지 않았슴다.”
그럴수록 매질이 사정없이 가해졌고,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로 변하였다.
“야! 이 간나 뒈졌으니, 그만하고 저 놈은 보위부로 끌고 가라우.”
정남형제가 죽은 것을 확인한 보위부원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시체를 툭툭 발로 차면서 말하였다.

회령의 보위부 감옥

심한 매질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철남형제는 1년 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 오겠다고 갔던 아내는 몇 달 만에 돌아와서는 반짝거리는 얼굴로 하나님을 믿어야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전 처음 듣는 아내의 말을 들을 때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철남은 예수를 영접하였고, 말씀을 더 확실하게 배우고 싶어 중국에 나와 일꾼을 만나 몇 달 동안 말씀을 배우고 돌아갔다. 그리고 북한에 돌아와 동생인 정남이에게 복음을 전했고 한 가정씩 전하여 여덟가정에게 복음을 전하였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 간나 정신이 돌아오게 물을 끼얹어…”
물에 흠뻑 젖은 철남형제에게 보위부원들의 취조가 시작되었다.
“누구에게 기독교에 대해 들었지?”
“모름다.”
“야! 너 기독교를 누구누구에게 전했는지 말하라…”
“나와 동생 둘 뿐임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매질이 가해졌다. 철남이 형제도 10일 정도 조사를 받다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동무도 남편과 같이 기독교를 믿었지?”
“저는 아무것도 모름다.”
“그런 거짓말에 우리가 속을 것 같아~ 당신 말고 또 누가 기독교를 믿었는지 말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정순(가명)을 향한 보위부원들의 집요한 심문과 고문이 2주 동안 계속되었다.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고문을 받던 정순이 죽을 지경이 되자 석방시켜 주었다. 그러나 너무 심한 고문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몸도 망가지고, 남편도 죽고, 어린 아이들이 3명이었다. 보위부원들의 감시가 계속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정순은 너무 괴로워서 “왜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형통하지 않고 이렇게 힘들어야 함까? 이렇게 믿음 지키는 것이 힘들고, 남편도 죽고, 도저히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못살겠슴다.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슴다.”라고 투정하듯 기도하였다.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데 하얀 옷을 입은 분이 정순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나타나셔서 “이런 고난을 견뎌야만 내게로 올 수 있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 인자한 모습으로 정순을 한동안 바라보시고 사라졌다. 순간 정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나님! 잘못했슴다. 다시는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겠슴다.”라고 기도하였다. 그러고 나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마음에 가득하게 채워졌다.

그 후로도 정순은 힘들 때면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남편의 전도로 믿음을 지키는 남겨진 가정들과 서로 의지하며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다.

누구나 예수를 믿으면 형통한 것을 원하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당하며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을 때가 많다. 이제 더 이상은 고통을 견딜 수 없다고 호소하는 성도의 외침을 향해 하나님은 지금도 “이런 고난을 견뎌야만 내게로 올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비단 북한성도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늘도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쓰러지고 넘어지며 고난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위로이며 격려이다.

(출처: 모퉁이돌 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