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전세계의 시선은 이집트에 쏠렸다. 반전에 반전처럼 보였던 카이로 혁명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북아프리카 선교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일각에선 무바라크 이후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카이로 혁명을 '강탈'해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기독교주간지 크리스채니티투데이는 현재 대부분의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이 포스트 무바라크의 공백을 무슬림형제단이 어느정도 메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콥틱교인들을 비롯한 소수 종교에 대한 핍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이슬람운동의 77년 역사와 아랍권 전체의 이슬람운동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가장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카에다 역시 한때는 무슬림형제단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집트 내 기독교인을 비롯한 소수 종교에 대한 박해를 모니터링 해온 마제드 엘 샤페이 목사(인권단체 OFWI 대표)는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시민봉기를 계기로 권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은 빈곤 문맹층을 대상으로 생필품과 음식을 지원함으로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선거가 치뤄지게 되면, 무슬림형제단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무바라크 정권 아래서 정치 활동이 금지됐던 무슬림 형제단이 아직까지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테러리스트들과 교류하는 그룹에게 영향력을 확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무바라크, 제2의 이란 되나‥ 노심초사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각국에서 이집트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이 봉기를 주도했던 이란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두 나라는 매우 다른 나라이며 두 나라의 혁명은 발생 날짜만 같을 뿐(2월11일)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분석했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주도 세력 중 무슬림형제단이 아랍권의 이슬람 운동을 대변하는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지만, 이 역시 앞으로 선거와 법으로 통치되는 민주적 정치시스템 속으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또 이란 혁명 후 호메이니는 파리에서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지만 이집트의 경우 그와 같은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없고, 이란의 시아파 성직자들과 달리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성직자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 평신도들을 대변하는 조직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슬림형제단이 무바라크 이후 야권내 경쟁 세력을 압도하며 정권을 장악할지, 향후 기독교 선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발표 전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즈 이집트 협력자이자 카이로에서 목회하고 있는 조지(가명) 목사는 AP통신에 “기독교인들에게도 민주주의와 자유가 보장될 새로운 이집트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