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된 세계성공회 대주교회의가 현재의 교단 분열 위기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끝을 알렸다.

이번 회의는 시작 전부터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성공회의 캐서린 제퍼츠 셔리 수좌주교에 항의하는 뜻에서 10여 명 가량의 남반구 대주교들이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성공회 내의 양극화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회의 마지막 날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들의 불참은 회의 내내 두드려졌고 느껴졌다”며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공회 내에는 분명히 분열과 위태로운 상황이 현실로 존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스 대주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는 아직 우리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며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느냐에 있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에는 20여 명 가량의 대주교가 참석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3분의 2 가량은 회의에 참석했고 이는 3분의 2는 아직도 대화를 원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와 같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중재해나가려는 성공회 지도부의 노력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성공회는 여성과 독신이 아닌 동성애자의 주교직을 허용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 갈등이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특히 2003년 미국성공회에서 게이인 진 로빈슨을 주교로 임명하면서부터 양 진영의 의견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을 띠게 되자 교단 분열을 막고자 2008년에는 두 문제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미국성공회가 또다시 레즈비언인 메리 글래스풀을 부주교로 임명하면서 파문을 일으키자 미국성공회는 물론 성공회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보수 진영의 실망은 더욱 커져, 이전부터 있어 온 보수 진영의 독자 노선 선택 또는 로마 가톨릭으로의 이탈이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대주교회의에 불참을 선언한 10여 명의 대주교들은 미국성공회에 항의하는 것일뿐 성공회 지도부에 대한 항의의 뜻은 없음을 밝혔었다.

성공회 대주교회의는 1978년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2~3년만에 한번 개최되고 있다. 성공회 최고 결정 기구는 아니지만 신학적, 사회적, 국제적 사안들에 대한 대주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한 데 모으는 중요한 모임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회의 끝에는 대주교 모임의 사명과 책임감에 대한 문서가 발표됐으며, 아이티 사태, 기후 변화, 우간단 동성애자 인권운동가 살해에 관한 공동성명과 함께 성 차별적 폭력, 수단 선거,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이집트 사태에 대한 공동서한이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