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천국’이 아닐까? 천국소망이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영원한 생명이기에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일 것이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 영원한 생명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 같은 인생의 마지막 중대사인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마무리하도록 교육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평화롭고 존엄성 있는 값진 죽음(Well-dying)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가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가 바로 그곳. 올해로 창립 3주년을 맞이하는 신생단체이나, 웰다잉(Well-dying)을 전제한 웰빙(Well-being)과 웰에이징(Well-aging)을 주창하는 이곳의 사업과 비전은 결코 간단치 않다.

3여 년 전 소망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유분자 이사장은 한인 간호사계에 대모 격으로 41년간 미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했다. 병원에서 접했던 수많은 죽음을 통해 준비하는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신앙인과 비 신앙인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말은 죽는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는 것입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삶에는 죽음이 따라 다니는거죠. 그렇다면 이 죽음은 살아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치 인생은 죽음을 향해 쏘인 화살처럼 줄기차게 달려가는데 이 중요한 죽음을 그냥 당해야 할까요?”

반대로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하니 사람이 사람답게 늙는 웰 에이징이 되고, 웰 에이징은 곧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웰빙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자, 죽음을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77세, 여성은 83세라고 합니다. 퇴직 전까지 바쁘게 사느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가보지 못한 곳을 다 가보고도 그 남은 시간은 상당히 길지요. 그러한 연장자들에게 무료함이 찾아오고 이후 고독과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준비가 없었으니 죽음은 겁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흔히들 말씀하시죠. 자식들에게도 돈 주지 말고, 그 돈으로 나중에 좋은 병원에 입원해서 더 좋은 간호를 받으라고 말입니다. 이분들에게 닥쳐온 죽음의 준비라는 것은 이런 모습입니다.”

한국의 유교적 문화가운데 효도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안장될 묘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도 제대로 가보지 못할 묘지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장례식을 준비한다. 자녀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죽음에 대한 준비인 것이다.

“저희 친정어머니도 로즈힐에 모셨습니다. 일 년에 한번정도 겨우 가는데, 문제는 우리 자녀나 손주들이 과연 얼마나 자주 묘지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이렇다면 늘어나는 묘지들은 결국 공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장례식도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네 차례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한번만 해도 될 일을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그렇게 합니다. 한국인들의 인식은 마치 그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소망소사이어티가 시작되었다. 웰다잉을 위해 웰에이징과 웰빙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소망 유언서 쓰기, 장기 및 시신 기증 안내, 장례절차 간소화, 호스피스 교육, 기부문화 확산, 연장자들을 위한 문화예수 활동과 안내, 웰에이징을 위한 교육, 환자-사별 가족을 위한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특별히 소망소사이어티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죽음을 위해 쓰일 돈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자는 이유에서다. 현재 소망소사이어티는 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프리카에 소망 우물을 파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의 프로그램으로 변화된 이들의 기부와 동참으로, 우물을 파기위해 3천불의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100호 우물을 파는 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죽음을 준비하자는 것은 결국 오늘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행복하고 값진 삶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 바로 생명을 살리는 일 아니겠습니까? 결국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데, 그 움켜쥐었던 손을 펴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값지고 존엄한 죽음이 어디 있을까요.”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은 이런 일들을 하면서 마치 자신은 ‘창호지에 작은 바늘하나를 끼워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미약하게 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디작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지면 많은 열매를 맺듯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소망의 나무를 심는 중이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들 합니다. 죽음 앞에서는 연장자나 젊은이나 예외가 없죠. 아무도 모릅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웰다잉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때 웰에이징, 웰빙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망의 비전은 다음세대에도 전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소망의 동산, 소망의 숲을 보게 되겠지요.”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