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박에는 밸러스트(Ballast)라는 것이 있는데 배의 중앙 밑바닥에서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설치되어 배가 불안정할 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배는 이 밸러스트가 있기 때문에 웬만한 폭풍우에서도 전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몇 번의 위기 순간이 다가온다. 갑자기 찾아오는 칡흑같이 어두운 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뉴욕시립대 발달신경과학대학원 이문희 교수는 25일 미동부 생명의전화 제2기 상담봉사원 훈련세미나에서 '위급 상황의 상담 원칙'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위기'의 심리학적 의미를 균형과 평정 상태를 상실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에 따르면, 위기 상태란 당면한 문제가 당사자가 반응할 수 있는 기재, 알고 있는 방편을 넘어간 불균형의 상태가 된 것이다.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싶으면 당사자는 현재 있는 반응 기재도 아무것도 사용을 못 하게 된다. 일상 반응 기재가 무력화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이 교수는 고양이 앞에 쥐의 모습으로 비유했다. 쥐도 물 수 있는 이가 있어 평소에는 그것을 사용하지만 고양이 앞에 서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생존의 위협이 있어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하는데 해결방안이 없을 때 좌절하고 우울해진다는 것이다.특히 우울증 불안성이 있을 때는 대항기술(Coping Skill)이 9개가 있어도 그 중 2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대항기술(Coping Skill)에 대해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들 때 이 세상에서 견디지 못할 시련을 주시고 죽으라고 내버려둔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은 가만히 살펴보면 어떤 위기에 처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보지 못할 뿐이지 문이 닫힌 상황이란 인생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危機)'란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로 "기회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길이 될 수도 있다"며 "위기를 뛰어넘게 되면 우리는 몇 배 도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동부생명의전화 제2기 상담봉사자 훈련원 세미나에서 '위급 상황의 상담 원칙'이라는 주제로 뉴욕시립대 발달신경과학대학원 이문희 교수가 강의했다. 그는 인생에 찾아오는 위기란 다른 말로 기회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길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위기를 뛰어넘게 되면 몇 배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오상아 기자

이 교수는 인간이 유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를 지날 때마다 거치는 발달 위기에 대해 설명하며 "그것은 보편적인 것이며 단계적인 것인데 단계마다 위기를 거치면서 인생에 대한 의미나 가치가 부여되며 가치관이 변화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리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같은 관점에 머무르는 것은 용납이 안되는 것"이라며 "살아있다는 것은 다음 단계로 옮겨가려하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기의 원인으로 이 교수는 내·외부적 요소를 소개했다. 그러나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내부적인 요소 때문에 위기가 많이 온다며 개인 환경, 가정 상황(불화), 자녀 문제, 이혼 문제, 가정 폭행 등 내부적인 요소 중 미국은 이혼 문제, 가정 폭행과 관계가 많으며 한국은 제3의 사람, 직장의 인간관계 같은 요소가 위기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위기의 원인이 사회·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적인 요소로 천재지변이 있으면 자살이 늘어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며 기온도 자살률에 원인을 미친다고 했다. 리투아니아(Lithuania)라는 나라의 자살률을 연구해보니 6, 7, 8월이 되니 자살이 늘어갔다고 말했다. 2010년 조사 결과는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1.4% 증가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덧붙여 외부적인 요소로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경제 불안이라며 집단 경제 상황이 불안하면 실직이 늘어가기 마련이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실직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과 자살'이라는 일본, 홍콩, 대만, 한국의 자살률 연구 조사 그래프를 보여주며 "1997년 IMF가 왔을 때 한국은 자살률이 급격히 올라갔지만 일본, 홍콩, 대만의 자살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90년대 중기 개인소득이 1만불 이상이었다. 경제사정을 비교할 때 오히려 잘 사는 것에 속했다"며 "자살의 원인이 반드시 경제 상황 때문은 아니다. 경제 상황이 바뀌며 사회나 가정 제도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문희 교수는 최근 한국인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30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남녀 노년층의 자살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일생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살 심상은 15.2%로 6명당 1명꼴이며 실제 자살 기도는 33%로 30명당 1명꼴이라고 전했다. ⓒ오상아 기자

이 교수는 "전 세계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0~12명이지만 한국은 현재 10만 명당 3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그동안은 리투아니아가 가장 높았고 10만 명당 47~48명까지 올라가기까지 했으나 최근에는 한국이 리투아니아를 넘어섰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한국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자살률이 배가해 남자는 120.9명에서 42.9명으로, 여자는 8.9명에서 20.9명(10만 명당)으로 늘었다.

특히 남녀 노년층의 자살률이 증가했으며 45세 이하의 자살율도 급증했고, 저교육·저소득층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일생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살 심상(Imagery)은 15.2%로 6명당 1명꼴이며 실제 자살 기도는 33%로 30명당 1명꼴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동부생명의전화 제2기 상담봉사자 훈련세미나는 오는 2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구세군뉴욕한인교회(담임 김종우 사관)에서 오후 7시부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