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십 컨퍼런스가 오는 29일(일) 열린다. 올해 3회 째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이 컨퍼런스는 조지아주 최초 한인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박병진 후보(B.J. Park)와 박영민 워싱턴주 훼드럴웨이 시장이 강사로 참여해 2세들에게 롤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정치적인 진출이 적은 미국 내 한인 2세들에게 정치참여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미국사회의 한인 권익 신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사를 보며 기자는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2세들의 정치 참여 및 사회력 신장에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면서도 정작 ‘2세의 신앙적 롤모델’의 부재는 외면하고 있는 한인교회 모습에서 오는 안타까움이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1세 목회자는 2세 사역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2세들에게는 신앙적 롤모델이 없는 것이 가장 문제다. 2세 사역자의 롤모델이 세워지지 않으면 차세대 기독 리더의 양성이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2세 사역자인 B전도사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영어권 멤버들 사이의 어려움은 보고 배울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 없이 자라왔고, 멘토링이나 제자훈련 등이 전무했다”고 고충을 내비치면서, 직접 하나 하나씩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세 롤모델의 부재, 무엇 때문일까?

한인교회가 주일학교 및 유스 그룹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미국 이민이 시작된 70~80년 대, 이민 초기 한인교회들 가운데 2세를 위한 사역을 제대로 갖추었던 교회는 그야말로 손에 꼽혔다.

당시 한인교회가 2세들에게 제공해 준 것은 예배를 드리는 부모를 따라 교회에 왔다가, 예배가 끝나면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에게 ‘베이비 시팅(Baby-sitting)’ 정도의 관리만을 제공했었다는 게 1세 목회자들의 전언(傳言)이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교회 교육을 받지 못한 2세들에게 ‘교회 내 분쟁, 당파 싸움’의 목도는 교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발판이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세들의 사정은 다르다. 새벽기도, 산기도, 부흥회 등으로 신앙적으로 뜨겁던 60-70년대 목회의 꿈을 키운 1세 목회자들은 그야말로 롤모델의 산실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정 반대의 환경에서 자란 1세 사역자와 2세 사역자 간의 갭이 클 수 밖에 없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애틀랜타 지역 대부분의 2세 목회자들은 짧으면 1년 길면 3~4년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사임한다. 오랫동안 2세 사역을 맡아 충실히 해나가며, 1세와 2세가 좋은 관계를 맺는 한인교회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교회에서 들려오는 1세와 2세의 의견 충돌과 갈등 이야기들도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오히려 피하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인정하고, 이민교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한인교회의 과제이자 사명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애틀랜타 지역 한 1세 목회자는 “2세들은 신앙훈련이 부족하고 1세들이 봤을 때 부족한 것 투성이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2세들을 그냥 보지 못하고 쫓아내거나, 혹은 혼을 내는 1세 목회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임하는 2세들이 적지 않다. 1세들이 처음 신앙을 하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격려하고 또 격려하면서, 신앙훈련을 시키고 자라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하면서, 1세 목회자들이 2세를 대하는 기준과 태도가 달라져야 함을 역설했다.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를 한 2세 P목사는 건강한 한어권과 영어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담임목회자가 얼마나 영어권을 고려해 주고 밀어주냐에 차이가 아닐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한어권과 영어권, 서로가 영적인 연합과 성숙한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건강한 1세와 2세 사역의 관계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영어권을 단순히 ‘어린이’로 취급하지 않고 성숙된 성인으로, 비전을 존중해주는 태도로 대해 줘야 한다. 가끔 정말 어린이처럼 행동하더라도 말이다. 이 기본을 잃어버리면 겉은 그럴싸해도 건강한 모델은 없다”고 했다.

2세가 없이는 이민교회의 미래도 없다. 2세 신앙적 롤모델의 부재를 탓하고 2세들의 비전 없음을 나무라기 전에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포용성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