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서정배 목사, 이하 합동)가 그간 논란이 돼 온 총회임원선거제도(이하 선거제도)와 관련, 26일 오후 서울 남현교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합동의 현행 선거제도는 제비뽑기다. 합동은 지난 2001년 제86회 총회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부총회장을 비롯한 총회 임원들을 선출했다. 금권선거로 대표되는 직선제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일부 총대들은 제비뽑기로 인해 리더십이 없는 인물들이 선출된다며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에 합동은 지금껏 몇 차례 총회에서 이 주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총대들의 의견이 엇갈려 선거제도 개정은 번번히 부결됐다.

이날 공청회에선 오는 제95회 총회를 통해 선거제도와 관련된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합동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공청회를 주최한 합동 규칙부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총회의 발전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비뽑기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 그리고 제비뽑기와 직선제를 절충하자는 의견이 이날 공청회를 통해 발표됐다.

贊 “제비뽑기는 민주적… 직선제, 리더십 담보 못한다”
反 “직선제가 장로교 정치에 부합… 제비뽑기는 편법”

먼저 천호동교회 배재군 목사가 현행 제비뽑기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발표했다.

배 목사는 “제비뽑기는 교단의 자랑”이라며 “세속적 경쟁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참된 민주주의 정신은 표 대결로 인한 다수 의견을 따르는 데만 있지 않다”고 현행 제비뽑기 제도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제비뽑기의 장점에 대해 ▲교단이 주류측과 비주류측으로 양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혼탁한 부정선거와 금권선거로 인한 시비를 막을 수 있다. ▲불필요한 선거운동을 없애 목회자로하여금 목회에만 전념하게 한다 등을 꼽았다.

배 목사는 “투표로 뽑은 임원들이 과연 지금까지 제비뽑기로 선출된 임원들보다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직선제가 반드시 훌륭한 리더십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것 역시 관계성에 의해 임원이 선출됨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비뽑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라며 “그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대구성명교회 정준모 목사는 제비뽑기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우선 사도행전 1장 26절에 나타난 맛디아의 사도 선출 과정을 예로 들며 “맛디아는 (사도직에) 공석이 생긴 상황에서 그 자신을 포함해 미리 선택된 두 명 중 제비뽑기로 선택된 것”이라며 “제비뽑기는 원임원 선출 때는 결코 적용할 수 없다. 오직 보선일 경우에 할 수 있고 또한 반드시 두 명을 놓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단의 선거는) 보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권선거로 교단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소수의 총대 때문에 제비뽑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제비뽑기는 거룩한 하나님의 방식이 아니라 교회에 침투한 부패선거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직선제의 장점을 ▲총대들의 의견이 반영된 민주적인 방법이다. ▲역량있는 후보자를 선택해 교단의 발전 가능성을 높인다. ▲총대의 지지 속에서 선출된 임원은 힘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장로교 정치원리에 부합하는 제도는 제비뽑기가 아닌 직선제다 등으로 꼽았다.

특히 직선제가 장로교 정치원리에 부합한다는 것에 대해 배 목사는 “장로회총회 헌법과 규칙에는 ‘투표수 3분의2 이상’ ‘피선’ ‘투표하여 과반수 이상’ 등 선거투표를 의미하는 용어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면서 “총회는 반민주주의적이고 반헌법적인 제비뽑기를 철폐하고, 헌법대로 직선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투표 후 제비뽑기 등 절충안이 적절

마지막으로 대길교회 박현식 목사는 두 제도의 절충안을 내놨다.

박 목사는 “선거제도와 관련된 논의를 지켜보면서 극단적 양대 이론이 대립하고, 흑백논리로 편이 갈라지며 양자택일이 강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 교단의 덕을 세우고 선거제도의 본질을 손상시키지 않는 합의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수정안을 제안했다. ▲선거인단을 제비로 뽑아 그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 ▲선 투표, 후 제비뽑기 방식 ▲선 제비뽑기, 후 결선투표 방식이 그것이다.

박 목사에 따르면 첫 번째 방식은 선거 직전 전체 총대의 3분의1 또는 5분의1의 선거인단을 제비로 뽑아 그들이 즉석에서 임원을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전 총대원이 먼저 투표로 후보자들 중 두 후보를 선택하고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식은 제비뽑기로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들에 대해 직접 투표를 실시하는 식이다. 이 때 후보자 제비뽑기는 반드시 총회 당일 현장에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련 설문서 절충안이 54.1%로 가장 많아

한편 합동 규칙부는 이날 교단 소속 목회자와 장로 1,6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제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4.2%(574명)가 선거제도로 현행 제비뽑기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54.1%(908명)가 제비뽑기 방식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제비뽑기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11.5%(193명)였다. 3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합동은 이 결과를 토대로 선거제도의 미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현행 3구도는 폐지-3년을 기다리는 사이 유능한 인재가 은퇴할 수 있다. 이러한 인재 상실을 방지하고 인물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행 3구도를 유지할 경우, 매년 3구도에서 유능한 입후보자 1명씩을 선정해 본회에 추천하고 본인들이 직접 제비를 뽑는 방안

▲현행 3구도를 폐지하고 지역을 초월해 유능한 지도자가 총회 임원으로 입후보하도록 해 훌륭한 인물을 선출하는 방안

▲현행 제비뽑기 선거제도 시행세칙을 수정 보완해 입후보자를 반드시 복수로 추천하는 방안

▲사도행전 1장에 나타난 맛디아 선출방안-선관위의 심사를 통과한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총대들이 직접 투표해 2명을 본선에 천거하고 최종적으로 당사자들이 직접 제비를 뽑는 방식

▲입후보자들 중 선관위 심사를 통과한 자들을 대상으로 예선에서 2명을 제비뽑아 본선에 천거하고 본선에서 직선제를 통해 선출하는 방안

▲총대들을 상대로 예선에서 200~300명을 제비로 뽑아 선거인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선관위 심사를 통과한 입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투표하는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