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 지용수 목사)가 ‘양화진 문제’에 대한 보고회를 22일 오후 서울 종로 백주년기념관에서 갖고 강경한 ‘반(反) 이재철’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화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정서 목사, 이하 대책위)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보고회는 대책위 위원 차광호 목사의 경과보고와 교수 발제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에는 장신대 임희국 교수(역사신학)가 ‘양화진의 역사적 의미’를 제목으로, 장신대 현요한 교수(조직신학)가 ‘소위 호칭 장로, 호칭 권사 제도 및 죽은 자를 위한 기도론에 대하여’를 제목으로 각각 참여했다.

“‘이재철 씨’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차 목사가 발표한 경과보고에 따르면 소위 ‘양화진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1986년부터 2007년까지 양화진 선교사 묘역를 관리하며 양화진 선교 기념관에서 예배를 드리던 유니온교회와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이하 100주년기념교회) 간 마찰이고 다른 하나는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의 신학에 대한 부분이다.

첫 번째 핵심과 관련해 차 목사는 지난 2005년 유니온교회와 당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이하 협의회) 김경래 장로 및 이재철 목사 사이에 오고간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협의회가 향후 양화진 선교사 묘역 근처에 땅을 매입해 일명 ‘한국초교파교회’를 건축하기로 했다는 내용과 교회 건축 전 양화진 선교 기념관에서 100주년기념교회가 오후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협의회가 유니온교회 측에 요청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이에 유니온교회가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재철 목사가 다시 한 번 그것을 확인했음을 편지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재철 목사가 유니온교회에 보낸 편지에는 “100주년기념교회가 유니온교회의 주일예배를 위해 가장 중요한 주일 오전시간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보장해 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후 양화진 문제는 오후에 예배를 드리던 100주년기념교회가 예배 시간을 오전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유니온교회측에 전달하면서 촉발됐다고 차 목사는 말했다.

차 목사는 “편지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양화진 선교 기념관의 사용권과 관리권은 유니온교회가 다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그런 교회를 잠시 사용하겠다고 들어온 100주년기념교회가 유니온교회측에 예배 시간을 옮기라고 말한다는 것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혹자들은 이재철 씨를 ‘예수님과 가장 닮은 사람’, ‘예수 믿는 도를 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런 그가) 왜 스스로 약속한 것을 어기는지 궁금하다”며 “100주년기념교회가 약속대로 예배 시간을 변경하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 함께 공존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측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유니온교회가 양화진 묘역을 관리함에 있어 불법을 자행하고 관리를 소홀히했을 뿐 아니라, 100주년기념교회가 사용할 사무실을 냉난방이 전혀 안 되는 지하로 내주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당시 협의회는 새로 교회가 건축되면 장소를 옮길 계획이었으나 이것이 무산됐고, 100주년기념교회의 성도수도 2500여명으로 늘어나 성도수가 30여명이었던 유니온교회에 예배 시간 변경을 불가피하게 통보할 수밖에 없었음을 토로했었다.

“장로, 권사 호칭 제도는 장로교 헌법 위반”

두번째 핵심인 신학적 문제는 다시 ‘장로, 권사 호칭 제도’와 ‘죽은 자를 위한 기도’의 문제로 나뉜다. 그러나 이날 경과보고에선 ‘장로, 권사 호칭 제도’만 다뤄졌다.

이 문제는 당시 100주년기념교회 정관 제5조 ‘교인 자격 및 호칭’이 교회의 소속 교단인 통합총회의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교회 정관에는 ‘만50세 이상의 여자로서 집사에 임명된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권사라고 호칭한다. 만60세 이상의 남자로서 집사에 임명된지 5년 이상, 우리 교회에 등록한지 2년을 초과한 자 가운데 성실하게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자를 장로라고 호칭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이에 차 목사는 “본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면 (이와 같은) 장로, 권사에 대한 호칭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장로교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당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이재철 목사와 100주년기념교회측은 교계의 비판을 수용해 정관을 일부 개정했었다. 이재철 목사는 “장로권사 호칭제와 관련된 우리 교회 정관 내용이, 정관제정 당시의 뜻과는 달리 이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 밝혀짐에 따라 이같이 정관 내용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목사는 자신이 속한 서울 서노회에 탈퇴서를 제출했고, 노회는 교단 헌법 시행 규정 제88조에 의거, 이 목사를 면직 처리했다.

제88조에는 ‘본 교단 헌법과 이 규정에 의한 재판국의 재판에 계류 중에 있는 자가 총회나 노회를 탈퇴한 경우에는 항존직원은…(중략)…면직책벌로 판결하며 재판에 계류 중이 아닌 항존직원은 권고 사직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차 목사는 “그러므로 이재철 씨는 본인이 탈퇴서를 제출하므로 헌법에 의해 자동 면직된 것”이라고 밝혔다. 목사 직함을 생략하고 ‘이재철 씨’로 호명한 것도 면직에 따른 결과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과보고 전 드려진 개회예배에서 ‘청결한 양심, 진실한 마음’을 제목으로 설교한 대책위 위원장 김정서 목사는 “오늘날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지성은 높아졌고 아는 게 많아졌다”며 “그러나 과연 지식인의 양심과 인격은 어떤가. 지식과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