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 “백야행”은 목회 상담가인 나에게 부모와 자녀의 윤리적, 신학적, 심리학적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해 준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은 중학생 반 친구이면서 서로 좋아하는 지아와 요한이다. 어느날 요한은 아버지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지아를 성 매춘한다는 사실을 목격하며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지아는 자신을 매춘으로 몰아넣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어머니를 살해한다.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신 이 살인 사건은 요한 어머니의 계략으로 완전범죄로 무장된다.

영화 백야행은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존속살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1992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보은 사건과 사무엘하 13장에 나오는 암논과 다말의 이야기와 유사성이 많다. 가족간의 근친상간과 존속살인, 그리고 인간의 죄, 욕망과 폭력으로 일그러진 가족관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민신학자 박승호 교수는 인간의 죄의 인식에 대한 중요성과 더불어 인간의 죄를 유발하는 한에 관심을 가졌다. 창세기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의 경우, 아벨을 죽게 한 가인의 죄를 물어야 하지만, 가인이 아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 한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죄의 사이클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인 이민가정을 상담하는 목회 상담가로 나는 이 죄와 한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며 사역을 한다. 죄의 눈으로만 보자면, 상담을 받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한인기독교 이민자 부모들은 죄된 모습으로 보여진다.

“자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돈과 명문대만 밝히는”, “기독교인이면서 위선적인 삶을 사는”, “대화보다는 폭력으로 이야기를 하는”, “무조건 교회만 가라고 하는” 부모로 묘사될 때가 많다. 그러나 부모들의 눈에 비춰지는 자녀들 역시, “부모를 무시하고”, “말이 없이 우울하며”, “공부에 성실하지 않고”, “늘 컴퓨터만 하려고 하며”, “부모의 희생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며”. “배은 망덕한” 자녀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부모와 자녀의 깊은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깊은 유대감을 갖기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모두 상대방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Ronald Takaki는 이민부모의 경험을 장애인에 비유했다. Young Lee Hertig는 한인 이민가정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압력밥솥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힘들고, 또한 설상가상으로 이민가정의 부모역할이 더욱 힘들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70%이상의 이민자들이 개신교 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교회는 단순히 종교 단체를 넘어서 심리적, 정서적, 영적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체라고 이야기를 한다.

드림교회에 목회상담을 의뢰하는 많은 기독교 내담자들은 “교회에서 하는 상담”이라서 왔다고 이야기를 한다. 상담을 받는 것을 치부라고 여기는 한인들의 전반적인 정서를 고려해 볼 때에, 그들이 교회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을 내어놓을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한인 이민교회,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치유되는 많은 가정들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는 서로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욕하는 자녀와 부모들이 상담을 통해서 선험적 은총을 경험한다.

그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잘못했다 해도 상담가는 묵묵히 들어준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받아주고, 사랑을 베풀어 줄 때, 그들의 한스러운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풀어 헤쳐진다.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는지 울면서 다 이야기를 한 후에, 그들은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다. 바로 그 때가 부모와 자녀의 한이 치유되고, 그들의 상처가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만일 백야행의 요한과 지아가 그들의 한을 풀어내고 치유를 받았다면, 영화에서처럼 그들이 살인마로 변했을까? 나는 오늘도 지아와 요한의 아픔과 한을 생각하며, 목회상담 사역을 통해서, 오늘날의 지아와 요한이 은혜의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의 한이 죄의 근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의 부모자녀 관계 역시, 죄의 통로가 아닌 사랑의 통로가 되기를 희망하며…

연합감리교회 교우들의 신앙증진 및 일선에서 수고하는 목회자들의 사역을 위해 섬기며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연합감리교인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며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섬기는 사람들] 7, 8월호에 실린 글을 연합감리교회 공보부의 허락을 받아 개제합니다.-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