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종교 자유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공식 발언과 문서에서 ‘종교의 자유(freedom of religion)’란 용어를 ‘예배의 자유(freedom of worship)’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1월 텍사스 주 포트 후드 육군기지에서 무슬림인 니달 하산 소령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의 병사가 숨진 사건을 추모하는 예배에 참석해 연설하며 ‘예배의 자유’란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이후 공식 석상에서의 연설에서 줄곧 ‘종교’ 대신 ‘예배’란 단어를 선호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작년 12월 조지타운대학교 연설에서 ‘예배의 자유’란 표현만을 사용했으며, 올해 1월 상원에서의 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표현의 변화는 단순히 용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 종교자유센터(Center for Religious Freedom) 디렉터 니나 셰어에 따르면, ‘예배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보다 더 축소된 의미에서의 종교 자유를 일컫는다.

그는 “'예배의 자유’는 예배를 위해 허락된 장소에서 자신의 신앙에 따라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면, ‘종교의 자유’는 자신의 종교에 따라 자녀를 교육하고, 종교적 서적을 접하고, 같은 종교의 사람들과 만나고, 종교적 목적으로 모금을 하고, 종교가 같은 정치인을 선택하고, 전도하고, 자선 활동을 하고, 종교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정부는 ‘예배’가 종교의 한 요소에 불과하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역사를 통틀어 ‘예배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오바마 정부 이래 미국의 종교 자유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 가운데 일어난 것이라며, 종교 자유 운동가들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라고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미 국무부가 1998년부터 국제종교자유특임대사를 임명해 온 이래 처음으로 지난 몇 개월간 대사직이 공석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계속되는 기독교계의 압박 끝에 최근에 들어서야 새로운 대사(수잔 존슨 쿡)를 임명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종교 자유 정책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대사가 갖게 되는 권한 역시 축소됐다.

종교 자유 정책에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무슬림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종교 자유 문제를 다루며 전임 대통령들보다 한층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취임 후 그가 9.11 테러로 경직된 아랍 세계와의 관계 개선에 뛰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종교 자유 문제를 갖고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 그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용어의 축소는 자연히 관련 정책의 축소를 상징하는 변화로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용어의 변화는 실제로 많은 세계의 종교 자유 보호 단체들과 정부들에, 그리고 불행하게도 종교 자유 문제를 갖고 있는 정부들에게도 우리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종교 자유와 인권 문제에 있어 미국이 역사적으로 수행해 온 역할을 감안할 때 이같은 변화는 전 세계 종교 자유 상황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