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음악 가수들과 관련하여, 음악성이냐, 외모지상주의냐의 논란이 자주 일고 있다. 음악성이나 가창력이 중시되어야 할 대중 음악계에서조차 음악성보다는 그룹 멤버들의 외모나 춤이 더 강조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청소년 또래의 외모지향적인 아이돌 문화를 개선하는 데, 단순히 “외모보다는 음악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외모지상주의적인 아이돌 문화가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또한 청소년 관련시장의 문화상업주의적 네트워크에 의해 더욱 심하게 조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시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아동기 동안에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점진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오던 아동이, 사춘기와 청소년기에 이르면, 갑자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좌충우돌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아동기와 성인기의 경계선에서 다음과 같은 발달적 특성을 보인다:

첫째, 신체-생리-성적으로 급격한 발달을 경험하면서 외모와 성에 대한 관심에 골몰하게 된다. 둘째, 자의식의 발달을 경험하면서, 자기에 대한 이해와 성찰에 몰두하게 된다. 셋째,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사이의 불일치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기 쉽다. 넷째, 자신의 외모에 대해 낮은 자존감을 가지기 쉬우며, 아이돌 스타를 동일시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메타인지의 발달로 자신이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함과 동시에, 타인도 자기와 같이 사고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자신처럼 타인도 그에게 관심을 집중한다고 생각하여 ‘상상의 관중’(imaginary audience) 앞에서 무대에 오르는 것 같이 행동한다. 일곱째, 자신의 독특성을 강조하여 사실이 아닌 개인적 우화를(personal fable)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여덟째, 독립적인 자아정체감을 발달시키기 위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대신, 또래를 동일시하고 또래를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다. 아홉째, 부모나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고 또래를 참조기제로 삼아, 또래의 문화, 가치관, 생활 방식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청소년의 이러한 발달적 특성들은 자칫하면 극단으로 치우쳐 심리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 쉬우며, 그러한 현상이 또래 집단에 의해 강화되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기 쉽다. 물질주의와 쾌락주의가 난무하는 사회-경제-문화적 풍토 속에서, 청소년은 그 발달적 특성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시장경제의 노략물이 되기 쉽다. 교육적으로 선하게 활용되어야 할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에 관한 경험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시장 경제의 네트워크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청소년의 민감한 특성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더욱 강화되고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또래의 아이돌 문화의 범람과 관련하여 문화상업주의가 작동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트랜드가 그 사회와 문화 전반의 트랜드를 주도한다. 둘째, 청소년의 욕구나 우선순위가 부모들과 기성세대의 소비와 선호에도 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 셋째, 소비재 기업들은 청소년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신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광고 기법들을 선호한다. 넷째, 미디어 재벌들도 광고주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로스 마케팅 능력을 자랑한다. 다섯째, 광고회사들도 청소년 특성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활용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광고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은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더욱 부정적으로 강화되고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일찍이 유아기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TV, 컴퓨터, 비디오, 영화 등의 시청각 매체에 둘러싸여 자라나서, 날로 더욱 감각적이 되어가는 영상화된 콘텐츠들에 길들여졌다. 시각적으로 극도로 예민한 감각에 길들여진 청소년은 자기 또래의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며,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아이돌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만족을 얻는다. 대중음악과 영상물 제작사들은 그 점에 착안하여 청소년 관련시장을 통해 상업적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소년이 시각적으로 선호할만한 콘텐츠 개발에 골몰한다. 아이돌 스타가 실제로 노래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청소년의 예민한 시각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방송매체에서 수용되거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어려우므로, 제작사들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청소년 또래의 스타들을 발굴하는데 사활을 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돌 문화는 그러한 문화 콘텐츠의 소비자로서 청소년을 더욱 감각적인 외모지상주의로 몰아간다.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아이돌 문화의 범람을 막고 청소년을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길은 무엇일까? 그리고 대중 문화의 각 분야가 청소년 또래의 외모지상주의적 아이돌 문화의 횡포에서 벗어나, 고유의 예술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길은 무엇일까? 이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경제-문화적인 문제인 만큼, 청소년 자신과 부모와 학교와 사회, 그리고 청소년 대상 마케팅 관련 사업과 관련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다각적인 제고를 통해 다차원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사회 공동의 문제이다.

첫째, 청소년은 자신의 발달 단계의 심리사회적 취약성을 인지하고, 감각적인 만족을 추구함에 있어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 부모는 열린 대화를 통해 청소년 자녀에게 문화상업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알리고 대중매체와 대중 문화의 콘텐츠를 바르게 수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학교와 교사들은 대중문화의 콘텐츠를 선별하는 바른 기준을 제시하고, 청소년들이 대중문화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추종하지 않도록 매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넷째, 소비재 기업들과 미디어 재벌들과 광고회사들은 시장 경제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또 단기간에 큰 이윤을 내려는 압박감 속에 청소년들을 집중공략하는 사업 방식의 비윤리성을 깨닫고, 보다 건전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여 이윤을 남기려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중 음악과 영상물 제작사들은 청소년 또래의 외모지상주의적 콘텐츠 개발에 올인하는 것이 대중 문화를 획일화시키고 빈곤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폭넓은 대상층을 위한 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

대중 문화는 어떤 특수 연령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연령층과 모든 계층과 모든 집단들을 위한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 또래의 아이돌 문화의 홍수는 청소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연령층, 즉 아동, 청년, 장년, 노년층을 대중문화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30대, 40대, 50대 청장년층을 위한 대중음악이 거의 개발되지 않음으로,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공감하게 할만한 작품들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거리마다, 쇼핑몰마다, 만남의 장소마다 대중교통수단들마다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십대 아이돌들의 비명소리 같은 노랫말들은 주로 극단적인 연애감정과 위험한성관계와 중독된 관계에 대한 집착이 주된 테마를 이룬다. 밝고 건강한 청소년 문화는 어디로 갔는가? 아이들과 어른들과 노인들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공감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의 본류는 어디로 갔는가? 대중 음악과 영상물 제작사들은 이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보다 폭넓고 다양한 대중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홍숙 박사
-청소년 예수단(YVIC) 대표
-교육학박사(Ph.D in Education, 서울대학교)
-문학박사(Ph.D in Liturature, 서울대학교)
-신학석사 (M.div & Th.M, 개신대학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