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부엌에 한 여인이 앉아 있습니다. 밭은기침을 내뱉으며 낡은 상자를 뒤적입니다. 구식 카메라가 나오고, 아프리카 어딘가를 찍은 듯한 사진들이 보입니다. 상자 바닥에서 빛바랜 메모를 발견하자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부엌은 한없이 조용하고, 그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이 여인의 삶에 남은 사건은 죽음뿐일 것입니다. 그는 바로 그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닥타닥’ 낡은 타자기가 소리를 내면, 관객들은 그가 마지막 힘을 다해 무엇인가 쓰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죽음을 앞둔 여인의 맥박처럼 흐릿하고 낮은 소리로, 그가 남기려 하는 것은 유서입니다. ‘오직 나흘간의 사랑 이후,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오랜 세월 떨어져 그리워하며 죽어간 사람들의 인생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나는 가족들에게 내 인생을 주었고, 그 사람에게는 나머지를 주었단다.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로즈먼 다리에 뿌려다오.’ 이것은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이라는 연극을 소개한 것입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A Thousand Country Roads)은 나흘 동안 사랑하고 22년간 서로를 그리워했던 남녀의 이야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의 후편으로 출판되어 연극으로도 공연된 것입니다. 중년의 짧은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온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에서는 아이오와주의 메디슨 카운티에 살던 45세 주부 프란체스카가 52세의 사진작가 킨케이드를 만나 나눈 나흘간의 사랑과 긴 그리움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헤어져야만 했던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다리에서 죽어서 재로 만나자고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쯤은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지만, 결국에는 만남에 실패한 채 죽음을 맞습니다. 이 작품에서 ‘평생에 단 한번 오는 사랑’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말입니다.

언제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은 나의 날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살이를 아침에 태어났다가 저녁에 죽는 곤충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사람을 두고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하루살이(mayfly)는 평균 짧은 것은 1년, 긴 것은 3년을 유충으로 지냅니다. 그리고 성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대략 하루일 뿐입니다. 태어나서 긴 세월을 유충으로 지내다가 정작 성충으로는 한 달도 아닌 하루를 살다 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사된 곤충 중 태어나서 죽기까지 그 기간이 가장 짧은 것은 진딧물(Rhopalosiphum prunifolia)입니다. 이 진딧물의 경우 대략 4.7일을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카시아진딧물(Aphis craecivora)은 5.8일, 기장테두리진딧물(Rhopalosiphum padi) 5.1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진딧물은 출생부터 죽음까지 일주일을 살지 못합니다.

한 여름 집을 나서면 매미소리가 요란합니다. 해가 저물어 어둠이 덮이는 시간에는 그 매미들의 노래인지 울음인지 적막을 깹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매미의 생애를 들으며 우리의 삶을 돌아봅니다. 매미 중에는 17년 동안 애벌레로 지내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참매미와 말매미는 3년에서 5년정도 땅속에서 생활합니다. 매미의 유충은 땅 속에서 굼벵이로 수 년이란 세월을 지내고 껍질을 벗고 나옵니다. 북미의 어떤 매미는 17년동안 땅속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땅위의 생활은 불과 2~3주 밖엔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세월이 빠르다고 말을 합니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그 세월에 대한 느낌이 빠르다고 합니다. ‘어느새 이 나이가 되었는가’라는 생각에 남은 인생에 대한 초조함을 갖기도 합니다. 그리고 못이룬 꿈과 못다한 사랑을 생각하며 아쉬워합니다. 긴 기다림 후에 짧은 여름을 살듯이 인생도 마냥 길지만은 않습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것인지 생각하는 여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