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선출방식 개선과 임기 2년제 등을 골자로 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이하 한기총)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 운영세칙 개정안이 공개됐다.

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위원장 최성규 목사)는 23일 오전 한기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최성규 위원장을 비롯, 김윤기 목사(부위원장), 김종채 장로(서기), 김춘규 장로(회계), 한창영 목사(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안은 이달 말 열리는 임원회를 시작으로 실행위원회, 총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개정안 핵심은 △실행위원회가 아닌 총회에서 대표회장을 선출하되, 임기가 1월 1일부터 시작되도록 정기총회를 기존 1월 말이 아닌 11월 말에 개최하고 △오는 2015년(25회기)부터 모든 임원 및 상임위원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하며 △①7천교회 이상 교단 ②장로교 이외의 모든 교단 ③7천교회 미만 장로교단 등으로 교단을 구분해 순번제로 대표회장을 맡는 것 등이다.

최성규 위원장은 “한기총은 ‘사업’이 아닌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만든 기관”이라며 “임원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검증을 받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으며, 철저히 한국교회 전체의 연합에 초점을 맞춰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윤기 부위원장도 “개정안 공개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위원장님의 결단으로 이렇게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성규 위원장 “돈 안 쓰는 선거풍토 정착”

최성규 위원장은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선거운동 과열을 막고 돈 안 쓰는 선거 풍토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변화발전위는 투표자 수가 실행위원 2백여명에서 총회 대의원 전체로 배 이상(현재 482명) 늘어나 ‘돈 쓰는’ 선거풍토가 불가능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의원 전체가 투표하게 돼 유권자가 기존의 배 이상 늘어남에 따라 변화발전위는 선거 방식도 개선했다. 예장 합동 등에서 사용되는 ‘제비뽑기’를 투표인단 결정에 도입한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에 대해 최 위원장은 “5백여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개선된 선거 방식은 다소 복잡한데, 투표 당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 수만큼 빨강·노랑·파랑 등 3가지 색의 공을 준비해 총회장소 입구에서 셋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절차가 완료되면 선관위원장은 3가지 공 중 하나를 뽑고, 선관위원장과 동일한 색을 뽑은 대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다. 여기서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이 확정되며, 당선자가 없을 경우 선관위원장이 남은 두 가지 공 중 하나를 뽑아 동일 색을 뽑은 대의원들이 다시 투표해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변화발전위는 교회 수에 따른 총회 대의원 수와 실행위원 수는 바꾸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개정안 전체의 통과가 불투명해지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저희의 개정안은 실제 통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단별 순번제와 2년 단임제, 특정 후보 위한 포석?

이날 최대 관심은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된 교단별 순번제와 오는 2015년부터 도입되는 2년 단임제도에 집중됐다. 교단별 순번제는 한기총 가입교단 중 7천교회 이상 교단을 ‘가’군, 장로교 이외의 모든 교단을 ‘나’군, 7천교회 미만 장로교단을 ‘다’군으로 분류해 가-나-가-나-다-가 순으로 돌아가면서 대표회장 후보를 추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6년간 ‘가’군은 3회, ‘나’군은 2회, ‘다’군은 1회 대표회장이 배출된다.

현재 한기총 가입교단 중 ‘가’ 군에 해당하는 교단은 예장 합동과 통합 뿐이며, 이들 외에 7천교회가 넘는 감리교회는 한기총 가맹교단이 아니다. 또 장로교 이외의 교단에서 선출된 대표회장으로는 故 정진경 목사를 비롯해 지덕 목사, 이만신 목사, 최성규 목사, 이용규 목사 등이 있으며, 7천교회 미만 장로교단에서는 엄신형 목사 등이 있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예장 합동과 통합 출신이다.

최성규 위원장은 “현재까지 배출된 대표회장들의 교단 분포와 군소교단 등을 고려한 개선안”이라며 “선거 과열을 방지하고, 군별로 합의가 이뤄져 대표회장 추대가 지금보다 더 쉽게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많아져 선거운동비가 더 증가할 것”, “현실적으로 추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표> 변화발전위가 예시한 각 군별 순서. 2013년부터 6년을 1순차로 볼 때 ‘가’군 3회, ‘나’군 2회, ‘다’군 1회가 된다. 오는 2015년부터는 임기가 2년으로 늘어난다.

세부적으로는 올해부터 3년간은 가-나-다 순으로 ‘순환 제1기’를 시행하고 2013년부터 위의 순환제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표 참조>. 그러나 정관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15년이 돼야 2년 단임제가 도입돼, 2015년 전까지는 연임이 가능해져 이같은 순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이같은 순환제 예시를 마련해 놓은 것에 대해, 2013년에는 ‘가’군이 대표회장을 맡는데 이 해는 WCC가 열리는 해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등장했다. 이를 두고 질문이 이어지자 최 위원장은 “대표회장을 하실 인물들이 많지만, 절대 어느 개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여기 적힌) 년도를 빼겠다”고 했다.

이밖에 교단이 아닌 기관에서도 후보를 낼 수 있지만, 소속한 총회의 추천을 받게 해 사실상 후보가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변화발전위는 이에 대해 “그래서 교단은 2인까지 후보자를 추대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