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은 개혁주의 신앙을 담은 신조(Creed)로 장로교를 비롯한 한국의 개혁교회들이 사도신조 및 니케아신조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문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장로교회는 이 신앙고백을 개정했는데, 이것이 성령론과 관련한 많은 부분을 결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유태화 교수(조직신학)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10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에서 열린 개혁신학회(회장 김인환 교수) 학술대회 논문을 통해서다. 그는 “성령론은 잊혀진 주제 혹은 서자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교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의 성령론 조항의 결여가 그리 논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동·서방 교회 간 신학적 대화가 재개되고 광범위한 성령의 사역이 전 대륙을 휩쓸면서 이에 대한 어떤 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했다.

유 교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담긴 성령론을 분석한 뒤 이것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논의가 “한국 장로교회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성령론 부분을 개정 혹은 증보한다면, 어떤 부분들이 보완돼야 할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먼저 그가 분석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성령론은 다음과 같다.

▲성령이 곧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개진하고 있다. ▲성령의 인격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성령과 그리스도의 관계가 필리오꾸베(Filioque, ‘성자에게서’라는 뜻으로 성령의 출래(出來)가 성부만이 아닌 성자로부터도 연유한다는 교리)”의 신학으로 연결돼 있다. ▲성령의 사역이 주로 구원론 범주에서 설명되고 있다. ▲교회론과 관련해선 은혜의 수단을 사용하시는 분으로 소개돼 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그러나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서에는 21세기 문제에 응전할 수 있는 내용들이 빠져있다는 사실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음을 제시했다.

▲성령과 창조의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개진될 필요가 있다. 특별히 환경 파괴 문제와 타종교 내지는 타문화와 관련한 성령의 사역이 보다 분명한 경계와 함께 성경적 진술을 반영하는 형태로 개진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출래와 관련해 은혜언약과의 연결점을 명확하게 진술할 필요가 있다. ▲성령과 은사 사이의 관계에 대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거의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20세기와 21세기에 성령의 은사로 일컬어지는 현상들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며, 지금도 여전히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교회 안에 있기 때문에 분명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불건전한 성령 운동의 잣대

특히 그는 지금의 일부 한국교회가 성령론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하지 못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성령의 인격성과 그의 참 하나님이심을 확인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 있는 불건전한 성령 운동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결정적 잣대를 제공해 준다”며 “한국교회의 현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성령 받아라’는 외침 속에서, 혹은 ‘성령 전이 사역’과 같은 흐름 속에서 성령의 인격성과 신성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마치 성령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인 양 행동하는 목회자나 교회의 지도자들이 있다는 슬픈 현실 속에서 성령이 곧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성령의 인격성과 신성을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고, 성부와 성자가 하나님이신 것처럼 성령 또한 하나님이심을 확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 교수는 “성령의 인격성과 신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그것을 은사의 수준으로 끌어 내리거나 영적 피조물인 천사 수준으로 파악하려는 흐름은 삼위일체론이 형성된 후에도 현저하게 나타났던 운동”이라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사실상 이런 교회사적 오해와 이단적 흐름을 명확하게 논단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이런 면에서 보면 이 신앙고백서는 단순히 장로교회의 신앙고백서만이 아닌, 교회 일치적인 전망을 담고 있는 신앙고백서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행위언약에 대한 소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구원의 확신’ 등을 주제로 장재 교수(칼빈대학교), 주성희 교수(총신대학교), 박찬호 교수(백석대학교) 등이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