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이같은 정책이 이란 기독교에 끼칠 영향을 놓고 미국 교계에 논쟁이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복음주의 교계는 제재가 이란 독재 정권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취해 왔다. 이들은 “핵무기로는 결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란에 보여 줘야 한다”고 미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는 이란 기독교인들에 대한 보다 극심한 탄압이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이란 제재 강화를 반대하는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 역시 이같은 점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 보수 교단인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 리처드 랜드 목사는 “관점의 차이와 이로 인한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계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며 세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이란 정권을 막기 위해서는 언제까지나 협상에만 기대할 수는 없으며, 일시적인 파장을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 목사를 비롯한, 척 콜슨, 존 해기, 제이스 메릿, 조던 시컬로 등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이같은 내용의 서한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법과정의를위한미국센터의 국제 전략 디렉터인 조던 시컬로 목사는 “이란 정권은 세계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위협적 존재”라며 “경제적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기독교인을 비롯한 이란 국민들의 삶을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제재만이 선택 가능한 유일한 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의 지도자들은 이란 제재가 독재 정권 약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다면 기독교인들의 고난만 가중시키는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줴머이슬람연구센터의 워렌 라슨 박사는 이란의 현재 상황에서 제재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이는 기독교 탄압의 심화와 함께 이란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기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음주의 교계의 일관된 이란 제재 지지를 “지혜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복음주의자들은 이같은 이슈가 이슬람 국가라는 정황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보다 균형 잡히고 세심한, 그리고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이란기독교인 아베 가파리 총무 역시 “(제재는)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지 못한다”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이처럼 미 정부의 이란 제재 정책을 놓고 엇갈리는 교계의 견해는 정치적·종교적 정황이 뒤섞인 복잡한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 눈에 보이는 단기간의 파장과 잠재적인 장기간의 소득 가운데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든콘웰신학교 이슬람 연구 강사인 폴 마틴데일 박사는 “사실 양측의 견해가 다 옳은 면이 있다”며 “이같은 논란은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고 그래서 선택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