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특히 서울 시민들에게 ‘강남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좋은 학교와 집, 편리한 많은 것이 있는 곳, 그래서 나 이상의 나를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만약 교회에도 ‘강남’이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도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다.

올해로 개척 3년 째인 A교회는 최근 예배당을 신사동으로 정하고 이사를 했다. 담임 목사는 개척지였던 이문동 상가건물의 임대기간이 만료돼 새 예배당을 찾아 이곳, 신사동까지 왔다. 당초 생각했던 곳은 종로였지만 지인의 소개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30명 남짓 되는 교인들과 상의한 끝에 ‘강남에서 비전을 이루기로’ 결정했다. 물론 가난한 형편으로 그렇게 화려한 곳에서 사역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교회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보다 ‘왜 교회가 있어야 하느냐’에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이처럼 강남은 교회에서도 ‘화려한 곳’을 의미한다. 웬만한 규모가 아니면 전도를 할 수 없고, 설사 전도에 성공해도 그를 헌신된 교인으로 양육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 이런 형편에서 개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강남에 자리잡은 몇몇 대형교회들이 여전히 많은 수의 교인들을 확보하며 교세를 떨치는 것도 강남이라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서울 현저동에 있다 20여 년 전 강남의 도곡동으로 옮긴 한 교회의 부목사는 “강남으로 옮긴 뒤 교인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목회 프로그램이나 기타 교회 운영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우선 물가상승을 고려해도 헌금 액수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교인들이 교회에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 그렇다보니 목회 프로그램에서부터 심방, 상담, 예배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강남의 교인들은 보다 다양한 것을 원한다. 대형마트와 구멍가게의 비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며 “교육에서부터 문화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대형교회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강남에 자리한 교회들에선 어린이집을 비롯해 카페와 체육관, 공연장 등을 갖춘, 이른바 ‘문화센터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교회’라는 간판이 없으면 교회라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건축양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강남의 한 교회 부목사는 “여성의 사회참여 비중이 높아지면서 교회에서 전적으로 헌신하는 여성 교인들이 많이 줄었다”며 “예전엔 주로 낮에 심방을 다녔지만 지금은 저녁 시간에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일로 낮에 집을 비우는 가정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의 필요에 맞는 교회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자주 옮긴다”며 “실질적으로 한 교회에 정착해 헌신하는 교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도 했다.

개척교회의 경우에도 강북과 강남은 많이 달랐다. 미아동에 2년 전 교회를 개척한 B목사는 처음 1년간 전도지를 만들어 노방전도를 하다, 지금은 노숙자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면서 틈틈이 전도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노방전도를 해도 그들에겐 당장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더 절실해 보였다”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초동에 1년 전 교회를 개척한 C목사의 경우, 노방전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에 있어선 B목사와 같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달랐다. C목사는 “작은 교회, 더군다나 지하에 예배당이 있는 교회에 누구도 오려 하지 않았다”며 “1년간 지켜보니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더라.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것 같다”고 했다.

강북과 강남 모두에서 사역해본 경험이 있는 한 목사는 “강북 교인들이 강남의 교인들보다 순수한 것 같다. 교회에 대한 헌신도도 강북 교인들이 더 크다”며 “그럼에도 오히려 강남의 교인들이 사경회 등에 적극적인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물질적으론 부유하지만 그만큼 허무한 마음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강북과 강남이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영혼이 똑같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원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