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관한 한 최첨단을 달리고, 기독교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믿지 않는 요즘도 ‘제사’만큼은 한국 사회에서 불가사의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나라들에서 계속되고 있는 조상숭배 문화 속에서 기독교 선교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20일 오전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대학원 진리동에서 열린 제57차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신학포럼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배춘섭 박사(남아공 프리토리아대)가 ‘다종교적 현상인 조상숭배’를 주제로 발표했다.

배춘섭 박사는 “조상숭배는 주로 사회인류학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이는 조상숭배를 거부하고 기독교 신앙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조상숭배에 참여하거나 그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조상숭배는 현대에도 번성하면서 타종교나 문화에 융합되고, 제2·3세계에 거주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전통 관습으로 조상숭배를 정기적으로 치르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조상숭배는 중대한 종교 현상이자 인류의 가장 중요한 종교적 표현으로 간주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통 문화와 신앙이 잔존하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도 행해지는데, 이는 조상숭배가 참여자들에게 실존적이고 종교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배 박사는 분석했다. 또 원시적 사회집단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교육받은 지식인들과 교육받지 못한 미개인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이해되면서 많은 방식들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조상숭배는 왜 수그러들지 않는 것일까? 배춘섭 박사는 “조상숭배는 후손들의 세계관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조상숭배의 세계관에는 내세, 영혼, 한 사회의 통치, 상속 및 승계에 대한 규정 등이 사회인류학적·종교현상적·사회정치학적으로 복잡하게 연관돼 있다”고 풀이했다.

먼저 사회인류학적 동기로는 조상과 살아있는 가족들 간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이런 관계가 가정을 비롯해 씨족과 부족, 나아가 국가를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가족이 사회의 토대를 이루고 있어 가족 내의 ‘효(孝)’는 모든 행동의 원칙이자 연합을 이끄는 끈의 역할을 한다. 조상숭배는 이러한 효의 자양분이 되고 가족의 연합과 지속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를 장려하고 지속시키며 실제 연합을 목적으로 고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만으로는 조상숭배의 모든 형태를 설명하는 데 역부족이다. 제사를 받을 만큼 유대감이 없거나 후손을 남기지 않은 먼 조상들에게까지 이뤄지는 제사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종교현상학적 동기로, 주 요인은 ‘두려움’이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인간에게 영혼을 의지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조상들에 대한 의무와 의식을 실행하지 않았을 때 죽은 조상들이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공포의 확산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많은 관습을 연구해본 결과로 인정하고 있다. 온갖 종교들이 흥망성쇠를 겪는 과정에서도 조상숭배는 이렇듯 삶과 내세를 설명하면서 계속 존재해 왔다.

이러한 두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는 부분이 사회정치학적 동기다. 이 중심에는 대부분의 문화나 종교가 그 사회의 피조물·창조물이라는 사고가 있다. 신화가 필요한 공동체에서 상상력의 산물로 조상을 만들어냈다는 논리다. 그러므로 조상들의 영향력과 힘은 그 자체에서 나오지 않고, 신화의 영항력이자 결과가 된다. 그러면 조상들은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지만, 오히려 영적 차원에서 공동체보다 우위에서 권위와 힘을 발휘한다. 베디아코(Bediako)라는 학자는 이에 대해 “조상들은 실상 살아있는 자들의 공동체가 의지하는 영적인 기대이자 사회적 가치의 초월적 영역으로 여겨진 믿음의 투영”이라고 밝혔다.

배춘섭 박사는 “이러한 점에서 조상숭배는 다종교적이자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체제”라며 “만일 조상이 경험적으로 고찰되거나 입증될 수 없다면 조상의 존재는 단순히 조상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우주관이자 문화적 사고방식의 생산물이 될 뿐”이라고 전했다. 배 박사는 결국 조상숭배의 근원이 되는 조상의 영향력과 능력은 실제적이라기보다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만들고 습득해 전달하면서 계속 유지시키는 문화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