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시내를 관통하는 전철 MARTA의 남북종단 노선의 명칭이 노란색을 의미하는 옐로 라인 대신 골드 라인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15일 팬아시안센터(CPACS) 주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전히 미국사회저변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한인사회에 환기시킨 기자회견에는 헬렌 김, 존 박, 앨리스 김 변호사와 CPACS 총무인 김채원 씨가 참석, MARTA 노선 명칭 변경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채원 총무는 “1924년 아시안들이 미국 이민을 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Immigration Act of 1924)이 제정됐다. 당시 미국은 옐로 페럴(혹은 옐로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아시안의 미국이민을 반대해 왔으나 최근 1965년에 들어서야 이 법안이 뒤집혔고 이민이 허용됐다”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금방 이민 온 사람은 ‘옐로’라는 어감에서 오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이 단어는 아시안들에게 큰 인종차별감을 주는 단어”라고 말했다.

CPACS 존 박 변호사는 “아시안들은 언어 문제로 인종차별을 당해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표면에 떠오른 문제는 많지 않다”면서 “실제로 많은 경우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가 표면에 떠오르기 전인 작년 9월 MARTA의 전직 기회균등 및 갈등조정 매니저였던 일본계 존 야스다케 씨는 MARTA간부회의에서 아시안들 거주지역에서 가깝고 사업 중심지인 도라빌로 연결되는 라인을 인종폄하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옐로 라인으로 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변경을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이 일본인 매니저가 CPACS에 연락을 취했고 존 박 변호사와 헬렌 김 변호사가 함께 MARTA Department of Diversity & Equal Opportunity 디렉터 레저널 K. 다이아몬드 씨를 만나 건의했으나 의견은 또 수용되지 않았다. 최근 야스다케 씨는 사임했다.

지난 12일 아시안계 단체들과의 미팅을 가진 MARTA 스캇 CEO는 “몇몇 단체 외에 불만을 표시해 오는 아시안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옐로’에서 ‘골드’라인으로 전격 수정했다.

CPACS 존 박 변호사는 “미 주류사회에서는 아시안에 대해 조용하고 말썽 안 부리며 일만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라며 “이런 편견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있을 때 아시안이 목소리를 높이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인들을 비롯해 아시안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때 미국 사회의 아시안 권익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헬렌 김 변호사는 “만약 많은 아시안들이 인구조사에 참여하고, 여론형성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더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겪는 인종차별 문제를 CPACS에 알려주시면, 사례를 모아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권익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