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제사’다. 요즘이야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마다 제사 문제로 불화를 겪는 가정들이 허다했다. 기독교가 처음 전래됐을 때는 이 때문에 순교도 빈번히 일어났다.

기독교인들은 제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제사 문제로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 큰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더 나아가 복음까지 전할 수 있을까.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와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담임), 박종구 목사(월간목회 대표)가 이 문제를 놓고 13일 CTS기독교TV에서 논의했다.

설특집 ‘CTS 스페셜 2010’ <추모예배와 제사>에 출연한 이들은 제사가 기독교 전통에 맞지 않으며, ‘추도예배’라는 말 또한 잘못된 개념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김명혁 목사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하나님 외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절해도 되지만 신격화된 이,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라며 초대교회로부터 이러한 일로 수많은 이들이 순교까지 당해가며 믿음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목사 역시 “하나님만이 제사의 대상”이라고 강조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사나 추모예배, 추도예배라는 말 등이 옳지 않다고 했고, 박종구 목사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가정이 모여서 서로 사랑을 나누고 아브라함을 비롯한 믿음의 조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 예배지, 그 외에는 예배라는 말을 붙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종구 목사는 기독교가 효를 경홀히한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그는 “성경은 늘 효행을 명령하다시피 해서 강조를 하고 있다”며 “성경이 바로 효도의 근본적 교과서”라고 했다.

▲박종구 목사
그렇다면 제사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을 믿음 안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명혁 목사는 이에 대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로 제사는 귀신 섬김이라는 것과, 둘째로 가족으로서의 도리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킬 때 가정이 변화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박종구 목사는 제사의 대안으로 예배를 드릴 때는 비기독교인들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서를 비기독교인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문서화하고, 찬송도 보편적으로 부를 수 있는 쉬운 찬송을 정하는 등 믿지 않는 가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우리의 명절 문화를 어떻게 기독교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존의 문화를 너무 깨트리려 하기보다는 잘 화합하며 창조적 변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종구 목사는 “감동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이뤄야 한다”며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섬김의 봉사의 장을 마련한다든지, 친척들과 공감대를 일으키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희 목사
김명혁 목사 역시 술 마시는 사람을 전도하기 위해 그와 어울렸던 일화를 소개하며 “다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들어가서 놀면서 변화시켜야 한다. 전통적인 설날 문화 속에 들어가서 서서히 변화를 시키자”고 했다.

이성희 목사는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유 중 하나가 회귀하는 문화다. 명절에 고향을 찾아 대이동하는 것이 외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참 좋은 전통”이라며 “이 좋은 전통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릴 것인가, 모여서 하나님께 감사하게 하고 문화를 기독교화할 수 없겠는가, 예수 믿는 사람이 더 강하게 문화 속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좋은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