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H)는 미국에 온지 20 여년이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지방의 매우 엄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부친은 유교 사상을 신봉하고 자녀들도 아주 엄하게 키우셨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매우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일로 고등학교 때는 가출도 했었고요. 대학을 진학해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미국에 올 수 있는 길이 열려서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지금은 결혼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보면,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도와 주고 싶어집니다. 얼마 전에도 어떤 부부가 자신들은 헐벗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그 부부를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도와 주겠다고 그 분들과 하나님 앞에서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 다 어렵잖아요, 불경기 잖아요, 말을 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운 거예요. 한 두 번 도와주고 지금은 전혀 돕지 못하고 있어요. 그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한 약속이라 믿는 사람으로 마음이 편치 못하고 무겁기만 하네요. 목사님, 이럴 땐 어떻해야 하나요?


A: 자신들은 못먹고 못입어도 더 헐벗고 어려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어떤 부부를 보면서, 딱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분들과 하나님 앞에 경제적인 것을 구체적이고 정기적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부담감과 죄책감으로 H 님은 시달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H 님께서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니까, 경제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계신줄 여져지지만, 사회 전체가 경제적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약속을 한 것은 다소 경솔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H 님은 긍훌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믿음으로 약속한 것이지만, 잠시 들게 된 H 님의 성장 배경을 고려해 볼 때, 이런 약속 불이행이 비단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H 님이 언제부터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깊은 유교 사상을 가지신 부친과 사상적으로 영적으로 많은 부딪치셨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한 것이 급기야는 무슨 일로 고교 시절 가출까지 빚어낸 것은 아닌지요? 가정은 사랑이 기반이 되는 삶의 따뜻한 보금 자리인데, 성장한 가정이 너무나 차갑고 무섭게 느껴져서, 혹은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그 자리를 피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요? 대학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다가, 고국을 떠나서 미국에 오게 된 경로도, 하나의 삶의 탈출구, 조금 지나치게 말하자면 도피처는 아니었을까요? 선한 동기를 가지고 H 님이 가지고 있는 것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그것도 무산되어 버린 것이 H 님의 무의식에 놓여있는 삶의 도피 기제가 발동한 것은 아닌지요?

만일 이 해석들이 맞는다면, H 님은 앞으로도 도피의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여기서 탈피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자신과 타인에게 책임을 지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우선 말부터 앞선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고 나면, 그 말에 묶이게 됩니다. 누가 뒷말을 해서가 아니라, H 님 자신이 실속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성경은 신중하게 생각하며 말을 아끼라고 말씀하고 있지요. 다음은 기도하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고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면 불가능한 일도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욕심과 정욕과 이기적 만족을 채우려고 기도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경제적으로 영적으로 모두 힘들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말을 아끼고 신중히 생각하며 성실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