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 오게 하소서’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대표하는 찬양인 ‘그리스도의 계절’에는 민족 복음화의 열망과 청년들에 대한 꿈이 절절이 묻어난다. 이 가슴을 품고 애틀랜타에 상륙한(?) K.C.C.C. 애틀랜타 디렉터 이상일 간사를 27일 오전 조지아공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예상보다 길어진 인터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지만, 언제나 청년들과 울고 웃고 부대끼며 사는 진짜 청년 이상일 간사의 열정은 어느덧 기자의 가슴에 옮겨져 있었다.

-먼저 애틀랜타 디렉터로 오신 과정을 설명해 달라.

“미국에 처음 온건 1998년도 입니다. 자비량언어선교훈련인 STINT 참석차 엘에이로 와서 몇 번 훈련 받았고, 이후 엘에이 K.C.C.C.에서 풀타임 간사로 사역하면서 풀러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지난해 애틀랜타 지역 디렉터로 임명 받아 아내인 이수경 간사와 함께 왔습니다.”

-선교단체인 K.C.C.C.와 지역교회가 함께 유대관계를 맺고 서로 돕는 사역을 하고 싶다는 말을 얼마 전 교협총회에서 들었다. 지금까지 선교단체와 지역교회는 미묘한 경쟁관계 혹은 소원한 관계인 게 사실인데?

“제가 지역교회와 연계를 생각하게 된 건 신학을 공부하면서 입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C.C.C.활동을 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C.C.C. 사람이었는데, 엘에이에서 사역을 하면서 신분 문제로 풀러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선교단체와 교회가 발전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경우를 조사했지만 미국 내에서 조차 드물더군요.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을 시작했어요. 애틀랜타 디렉터로 오면서 그 고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비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애틀랜타팀의 LA 사랑의 교회 방문 사진.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향은 있으신지?

“먼저 캠퍼스의 상황을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조지아 공대를 예로 들겠습니다. 여기 신입생은 1년간 무조건 기숙사에 살아야 하고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공부가 버거울 정도기 때문에 장점이기도 하지만, 영적으로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교회를 가고 싶어도 라이드가 없으면 갈 수 없고, 기숙사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세상 문화에 물들게 되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인 여기 2세 중심의 대학교회가 있어 그래도 마음이 있는 아이들은 여기라도 갑니다.

문제는 졸업 이후인데요, 졸업해서 대학을 떠나면 그나마 신앙생활을 해왔던 학생들이 지역교회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대학교회에서는 캠퍼스 상황에 맞는 설교와 프로그램이 있었고, 잘 통했겠지만 지역교회는 전 연령대를 커버해야 하고 청년들만 전폭적으로 양육할 수 없어 아이들이 시시하게 느낍니다. 또 조금 열심히 한다고 생각되면 주일학교 선생님, 찬양팀 등 너무 많은 사역을 맡겨서 지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선교단체에서 학생들을 양육하고 키우더라도 지역교회와 연계해 주일성수는 지역교회에서 하게 하고, 청년들을 제자로 만들고 선교에 헌신하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회에도 심어 다양한 분들이 훈련 받도록 돕고 싶습니다.”

-실제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엘에이에서 올 해부터 시작한 CREW 미니스트리가 있습니다. 중소교회 KM, EM, Youth를 대상으로 하는데 교회별로 돌아가면서 예배를 드리고, C.C.C. 에서 검증된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목표는 각 교회 청년들이 세워져서 교회를 섬기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대학생 사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중, 고등학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에요. 자체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청소년들, 청년들은 모여 훈련 받고 예배 드릴 수 있고, 중소교회에서는 기도와 재정 등을 후원해주십니다. C.C.C. 이름은 드러내지 않습니다. 장년을 대상으로 기존 교인을 제자화하도록 맞춘 N.L.T.C.(New Life Training Center)도 있습니다.”

▲얼마 전 San Diego에서 열린 KCCC 비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애틀랜타 지역 학생들과 블리츠팀이 함께.

-간혹 부모님들 중에 멀리 떨어진 대학생 자녀가 선교단체 활동을 한다고 하면 지나치게 신앙에 빠질까 걱정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그런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들을 만나서 대화도 했습니다. 지난 50년간 C.C.C. 사역 훈련을 받고 목사나 선교사가 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미션 마인드를 갖고 기독실업인으로 일터에서 선교사로 서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신입생들이 학교공부가 생각보다 힘들어서 다른 학교로 트랜스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아이들을 한국식 정(情) 문화로 엮어주니 서로 도와주면서 학업향상도 되고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도 현저히 적습니다.”

-1.5세, 2세를 넘어 아시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시려면 영어실력이 상당할 텐데…

“사실 영어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했습니다(웃음). 한 자매로 인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어요. 아까 말씀 드린 자비량언어선교훈련을 받으려고 엘에이로 온 한 자매가 있었는데 정말 정말 영어를 못했어요. 어느 날 전도해서 한 형제를 데려왔는데, 중국인 1.5세였어요. 어쨌든 데려와서 6개월 동안 매주 두 번씩 두 시간을 가르치는데, 딱 세 단어를 말해요. 성경공부 교제를 펴 놓고 You! 해요. 그 다음에는 발음이 좋지 않으니 Lead(Read)! 해요. 읽으라는 말이죠. 그 다음 다 읽은 것 같으면 Okay? 중간에 말리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 형제가 6개월 뒤에 글을 하나 써서 봤는데, 이 자매를 만나기 2주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실의에 빠져 있었대요. 그러다 이 자매를 만나서 영어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하나님 은혜를 받고 변화된 거에요. 영어가 안돼서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영어공부에 더 매진하게 됐어요.

또 한번은 오픈 채플을 인도하려고 클래스룸에 들어서는데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까지 72명의 학생들이 꽉 들어차있는 거에요. 순간 전율이 흐르더군요. 이 아이들이 왜 여기 있나 의문이 들면서 답은 두 개 중 하나다. 첫째는 성령의 역사던지, 둘째는 제정신이 아니던지요(웃음). 당시만 해도 영어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셨어요. 제 영어를 들으려고 온 게 아니라 하나님 은혜를 받고 싶어 온 거죠.”

-다시 사역으로 돌아가서, 청년들이 훈련 받고 세워지면 그 다음은 뭔가?

“K.C.C.C.는 선교에 목숨을 겁니다. 미국에 있는 1.5세, 2세, 유학생들은 정말 훌륭한 선교의 자원입니다. 한국에서 단기선교를 가면 태권도나 무용 같은 걸로 전도의 접촉점을 만드는데, 미국에서 가면 영어 클래스 하나만 열어도 몰려와요. 반미감정이 있는 나라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미국, 영어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클래스와 한국어 클래스를 개설하는데, 한류열풍이 있는 곳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거든요.

청년들에게도 이 단기선교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요. 이민사회 가정 중에 역기능가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상처, 친척집에 거주하는 경우 여기서 오는 갈등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해요. 또 대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종별로 어울리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데 얘네들이 선교를 가면 ‘내가 뭔데 날 이렇게 까지 반기나…’ 놀라기도 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요. 또 정체성 문제는 하늘나라 사람이라는 걸로 해결이 되요. 선교를 한번 갈 때 큰 금액이 들지만, 이걸 모금하면서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다는 걸 체험하고 선교 현장에서는 나도 쓰신다는 것을 깨달으면 변하게 됩니다.”

▲지난해 5월 엘에이에서 애틀랜타로 파송받을 당시 이상일 간사 부부(가운데)와 김동환 목사 부부.

-K.C.C.C. 애틀랜타의 단기적인 비전과 장기적인 비전을 나눠달라.

“단기적으로는 5개 캠퍼스를 개척하는 겁니다. 조지아공대, 에모리대학교, GSU, UGA, 프리미러칼리지 등입니다. 또 후원이사회를 조직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CREW 미니스트리와 N.L.T.C. 프로그램으로 지역교회에 힘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을 살리고 졸업 이후에도 지역교회 안에서 선교지향적인 삶을 살도록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어요.”

문의 : 이상일 간사 626-354-7843, 이수경 간사 626-354-7845 sangil.lee@kccc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