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지방 TV 방송사인 WSB-TV(Channel 2)가 1992년 6월 30일 밤 10시의 특집프로그램으로 '흑인 폭동 재조명'을 방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흑인 폭동은 무법 행위였으나 한인, 흑인 간의 문화적 갈등에도 문제가 있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단 파머 앵커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10명 중에 1명 꼴로 자영업을 할 정도로 한인 상인들이 많은데, 흑인들의 눈에 비치는 인상이 돈만 벌 줄 알지 흑인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봉사를 베풀 줄 모른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1992년 7월 6일 발행한 한주간한국기사) 이날 방영할 내용을 6월 23일 발행한 주간동남부 신문이 미리 게재하였는데, 이 내용이 당시의 애틀랜타 한인들의 시각을 잘 반영하고 있기에 여기에 게재한다.

WSB-TV는 6월 16일 오후 8시부터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마크 이글씨를 비롯하여 단 파머 앵커와 촬영기자를 파견하여 백도가든에서 개최된 안전대책위원회(위원장 이승남) 제 7차 회의모습을 담는 한편, 이준남 안전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과 파머 앵커의 대담을 녹화하였다. 다음은 파머 앵커와 이준남 공동대변인과의 대담 내용이다.

파머: 한인들은 4.29 LA 폭동과 5.1 애틀랜타 사태로 빚어진 한인의 피해를 한흑간의 인종 분규의 결과로 보는가?

이준남: 그렇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사회에 누적되어 온 사회경제적 분쟁이 한인에게 비화됨으로써 결국 한인이 희생양이 되었다.

파머: 한인들이 유독 흑인 지역에 몰려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준남: 본격적인 한인 이민 역사는 1960년대 말에 시작하였다. 이제나 그제나 교외지역은 렌트비가 비싸며 경쟁이 치열하다. 1960년대 당시 다운타운이 흑인 지역화함으로써 많은 점포가 비워지게 되었고 렌트비가 저렴하였고 경쟁 또한 심하지 않았다.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이처럼 좋은 장소는 없었다. 이번 사태로 흑인 지역 내 한인 업소 밀집 현상이 집중 보도된 탓으로 이 현상이 갑작스러운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20년이란 세월이 소요된 셈이다. 또한 한인에 대한 점포 운영으로 인근 지역이 활성화되었다는 흑인들의 평가를 새겨 볼 때 한인 업소들이 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파머: 흑인 고객들이 한인 업소가 불친절하다는 불평을 한다. 그 대책은 무엇인가?

이준남: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오해가 불친절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내어줄 때 던져준다는 흑인 고객의 불평이 있다면 그것은 한인이 잘못한 것으로 인정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한인이 잘못한 것으로 인정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한인이 미국 문화를 몰랐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됨으로써 좋은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인들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눈을 쳐다본다거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실례로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동전을 건네줄 때 고객 앞에 놓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던져주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 기회에 미국식은 고객의 손위에 놓아준다는 점을 알게 된 한인이 많다. 어떻든 문화적 오해는 어쩔 수 없으나 노력할 것이다.

파머: 한인이 잘 사는 것으로 비쳐짐으로써 흑인들이 질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준남: 이 문제는 한인, 흑인 관계나 한인, 백인 관계를 떠난 전반적인 문제이다. 나는 미국인이 게으르다고 본다. 우리 한인은 일주일에 60-70시간을 일한다. 미국인은 40시간이 넘으면 오버타임을 따지고 휴가를 생각한다. 소규모 사업의 성공은 열심히 노력하는 데 비결이 있다. 이렇게 힘들여 자기의 사업을 일궈 놓았는데, 질시하거나 나가라 하는 등의 비난은 한인의 입장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인이 아니라도 부지런하게 일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파머: 한인들의 시각에서 백인들이 한흑간의 마찰을 수수방관하거나 흥미의 대상으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준남: 흑백간의 인종마찰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백인들은 두 인종 간의 마찰이 없는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저변은 무시된 채 최근 몇년 사이 일기 시작한 한흑 간의 마찰이 보도될 때 백인들은 마치 '깜짝 놀라는 태도'를 취한다. 왜 흑백 간의 문제는 깊이 있고 솔직하게 논의하지 않은 채, 한흑 간의 문제만 부각시키는 지 모르겠다. 특히 4.29 LA 폭동과 5.1 애틀랜타 사태의 경우, 경찰의 지각 출동과 미온적 대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따.

파머: 한인들이 지금 조달 방법으로 많이 한다는 '계'란 무엇인가?

이준남: 일부 흑인들이나 백인들은 한인이 사업을 할 때 한국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가 없다. 한국 정부는 개인 사업에 자금을 대여할 만큼 여유가 없다. '계'란 수천 년간 내려온 한인 고유의 자체 자금 조달 방식이다. 여기에 계원들끼리 돈을 떠나 친교가 이뤄진다. 만일 계원 중 한 사람이 사업을 시작할 때면 함께 일도 거들어주는 등 정신적, 물질적 협동을 아끼지 않는다. '계'가 있었기에 미국 속의 한인들이 보다 빠른 성공의 토대를 일궈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