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신학을 한 사람이고, 시아버지는 장로님이세요. 어머닌 권사님인데, 얼마나 믿음이 좋으신데요. 그런데, 어떻게 이 남자가 이렇게 사는 것을 허용하고 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하나님은 계속 침묵만 하고 계신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남편보다도 하나님이 더 미웠어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한 여성의 말이다. 크리스천 가정이 경험하는 배우자의 외도. 이에 대해 신앙은 과연 어떤 답을 내리고 있는가.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 권명수 교수)는 23일 서울 종로 연동교회(담임 이성희 목사)에서 ‘흔들리는 부부관계’를 주제로 공개강좌를 열었다. 특히 백석상담센터 윤선자 박사는 ‘외도와 신앙자원’을 주제로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가정이 치유되는 과정을 소개했다.

우선 외도란 무엇인가. 윤 박사에 따르면 외도는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상대와 긴밀한 정서적 관계 또는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과거 언론 보도(동아일보 2001, 3.7)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65%, 여성의 41%가 외도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있으면 외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까? 윤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외도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100% 예방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하나님께 선택되고 쓰임받고 있을지라도 부주의하면 누구라도 외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윤 박사의 견해다.

윤 박사는 “외도는 탈선하는 배우자가 결혼할 때 가지고 있었던 성격적 특성이나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감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세상에 편만한 외도의 유혹과 크리스천조차 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올바로 인식하고, 외도자들을 정죄하기보다는 이들을 실제로 도와줄 수 있는 신앙적 자원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됐을 때 크리스천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을까. 윤 박사는 그 동안의 상담 사례를 토대로 여섯 가지 극복 방법을 소개했다. 윤 박사의 말을 요약했다.

1.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외도발견 초기에 상처받은 배우자들은 불성실한 배우자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도 항의하는 듯한 강한 분노를 느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교회생활을 충실히 해왔으며 그 동안 선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헌신과 봉사에 대해 하나님이 당연히 축복해주시고 지켜주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남편의 외도는 이러한 자기 중심적 사고체계를 깨는 것이었기에 하나님께 분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님께 비록 화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남편의 외도를 누구와도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하나님께만은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토해낼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혼자 울면서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을 하나님 앞에 솔직히 토해놓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치유를 경험했던 것이다.

2. 기도=외도를 경험한 이들은 이미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깨져버렸지만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았기에 배신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로 들어갈 수 있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소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한 상담자는 깊이 기도하면 할수록 이혼이 아니라, 남편이 외도라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했다고 고백했다.

3. 신앙공동체=이들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목사님께 솔직히 털어놓음으로 따뜻함과 위로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남편의 외도를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 구역 식구들에게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있었을 때 목사님의 위로와 비언어적인 눈빛이 큰 위로와 힘을 주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 신우회 사람들이 남편의 외도를 거론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을 등산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4. 성경말씀의 내재화=사랑과 성실로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그 이미지를 말씀을 근거로 내재화했을 때 비로소 남편의 외도가 주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고, 때로는 적극적인 대처까지도 해나갈 수 있었다.

5. 크리스천 생활 양식=남편의 외도를 발견한 후 엄청난 충격과 혼돈 속에서도 이들이 이혼으로 치닫지 않고 결혼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목사님의 주례말씀과 많은 성도들과 가족들 앞에서 한 결혼식, 그리고 성혼서약이었다.

남편의 외도가 끝나고, 이혼하지 않은 부부들은 치유와 회복을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들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했던 것이 바로 부부가 함께하는 신앙생활이었다. 이들은 새벽기도는 물론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교제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더욱 공유할 수 있었다고 했다.

6. 나약함에 대한 고백=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도의 유혹에 대해서도 그리고 외도의 결과로 남겨진 상처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한다.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한 상담자는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께서 은혜로 잊게 해주셔야 가능하다고 고백했다.

윤 박사는 “외도를 경험한 크리스천 가정들이 초기에는 하나님께 분노하며 가지중심적인 기도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투정하고 탄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됐다”며 “외도를 이겨낸 가정들 대부분이 지금 당장 불편하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이혼해서는 안 되며 아무리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가정과 자녀들을 지키는 것을 하나님 뜻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리스천 가정들이 외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신앙적 태도에서 하나님의 성숙한 자녀로 자라난다”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