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는 단순히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SF 블록버스터인가, 아니면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는 하나의 문화 현상인가? 외계 행성 ‘판도라’에서 모든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나비족’, 그리고 이 나비족과 인간의 DNA를 합성해 얻어진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몸과 인생을 얻은 한 청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쉽사리 읽어낼 수 있는 영화 '아바타'의 범신론 또는 뉴에이지 코드다.

영화 ‘다빈치 코드’와 같은 명백한 반기독교적 영화는 아니면서, 어딘지 모르게 위험해 보이는 ‘아바타’의 아슬아슬한 세계관을 어떻게 해석하며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두고 세계 기독교계도 이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 ‘아바타’에 대한 해석은 물론, 이 영화가 ‘타이타닉’과 ‘터미네이터’ 등 지극히 대중적인 작품들로 유명세를 얻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품이며, 영화가 어떠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든 간에 흥미 유발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라고 받아들인다면 논란의 여지조차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영화는 영화일 뿐 심각해지지 말자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최대 복음주의 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온라인판은 ‘아바타’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범신론적 분위기에 대한 경계도 지나치다는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물론 대자연 자체인지, 혹은 대자연을 지키는 정령인지 모를 여신 ‘에이와’를 숭배하고, 영혼을 지닌 판도라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과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나비족들의 삶의 모습이 영화 전반에 흐르며 묘사되고 있다. 또 보수 기독교인들에게는 다소 섬뜩하게 느껴질 만한 에이와 숭배 의식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고는 ‘아바타’에 나타난 이같은 자연 숭배의 모습은 오늘날 특정한 유사 종교나 마법 등의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묘사되고 있기보다는 매우 모호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으며, 에이와도 규정되기 힘든 불분명한 존재로 영화 전체에서 묘사되고 있어, ‘열린’ 해석을 남겨 놓고 있다고 평했다. 에이와를 ‘뉴에이지의 여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바타’란 영화의 거대한 판타지를 이루는 일부로서 해석한다면 크게 논란 삼을 만한 문제가 못 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 전 미국 해병인 그는 전투 중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으나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과 인간의 DNA를 합성한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오히려 기고는 영화가 기독교인들에게 갖게 만드는 의문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영화를 관람한다면, 기독교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며 생각할 만한 거리를 제공받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나비족이 갖고 있는 신앙의 체계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는 어떻게 다른지, 주인공이 나비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중생과는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지 등 토론해 볼 만한 주제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또한 비록 헐리우드식 피상적 플롯에 갇혀 그 빛을 온전히 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약자에 대한 침탈, 자연 파괴에 대한 반대 메시지도 -감독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만 있다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사랑으로 다스릴 책임이 주어진 기독교인들에게 묵상할 만한 주제가 된다고 기고는 밝혔다. 물론 그 자연이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편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어떤 사상을 사람들이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대중 문화의 위험성이라면 위험성이다. 오늘날 대중 문화란 가면을 쓰고 각종 세속주의 사상과 음란과 죄악의 문화가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고가 내포하는 위협을 보여 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바타’는 비록 최근 논란이 됐던 ‘다빈치 코드’처럼 노골적인 반기독교 문화는 아니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할 만한 문화 현상이라는 입장도 있다.

최근 교황청을 비롯한 미국 보수 교계가 ‘아바타’의 전 세계적 흥행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종교 대신 자연 숭배를 부추기고 있는 영화”라고 비난한 것이 그것이다. 이들은 영화가 이룩한 놀라운 영상 기술의 진보와, 친환경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영화에 드러난 범신론적 코드에 대해서는 그저 재미를 위한 요소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면이 없지 않다고 평했다.
▲영화의 배경인 가공의 행성 ‘판도라’에는 ‘에이와’라는 여신적 존재가 있으며, 모든 생명체는 에이와의 수호 아래에 서로 교감하며 살아간다.


교황청 언론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바티칸 라디오는 영화가 “자연 숭배와 관련된 강신술에 빠져 있으며 생태계를 새 밀레니엄 종교로 변모시키는 모든 유사 독트린을 교묘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연을 ‘새로운 신’으로 대체시킬 위험에 대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평소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는 교황청의 설명이다.

미국 보수 교계 역시 “자연이 하나님을 대신해 버린 이 세계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필요 없다”며 “영화는 그 동안 잘 알려져 왔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범신론적 사상이 폭넓게 반영되어 있고 이는 다분히 반기독교적인 것”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또한 아바타라는 설정 자체가 현실 세계와 가상의 세계의 공존이라는 뉴에이지적 사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 하나님이 설 자리는 과연 어디냐는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바타’의 가공의 행성 판도라에 매혹된 일부 관객들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아바타’에 담긴 세계관을 두고 일고 있는 논란은 영화가 흥행가도를 계속해서 달리는 한 아마도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갖고 ‘아바타’의 세계를 연출했든지 간에 그의 손을 떠난 순간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는 기독교인 관객들의 몫이다. ‘아바타’ 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은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다. 어떤 이들은 ‘아바타’가 놀라운 시각 효과로 전에는 미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의 경지로 영화 관람이라는 일상적 행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체험을 즐기려는 목적에서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기독교의 진리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를 갖고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