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받으러 부흥회에 참석했었는데…

Q: 아주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청년이었을 때인데,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부흥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고등 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가 있었는데, 집안 환경은 괜찮고 착했지만, 대학 진학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 교회 청년부에 데리고 나왔는데, 아직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그저 교회 뜰만 밟던 친구였습니다. 마침 교회 부흥회가 있어서, 잘 되었다 싶어 이 친구를 부흥회에 데리고 나갔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고 예수님을 믿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첫날 부흥회가 시작하자마자, 부흥 강사 목사님과 그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단상 앞으로 나오시더니, “이번 부흥회는 특별 은혜 집회인데, 큰 은혜 받기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작정 헌금부터 해야한다”고 하면서, 성도들에게 눈을 감기고 강사님이 헌금 액수를 부르면 성도들은 원하는대로 손을 들고, 부교역자들이 누가 얼마를 작정했는지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친구도 옆에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저는 눈을 뜨고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지켜 보다가 도저히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고 메스꺼워서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교회 밖으로 뛰쳐 나오다시피 나와 버렸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얼마 전에 한국의 유명한 목사님을 모시고 부흥회를 열었던 어느 교회에 참석했다가,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 교회의 부흥회는 가 본적이 없지만, 미국 부흥회도 이런 식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은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 신앙이 비뚤어진 것인가요?


A: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모르는 싸한 아픔과 함께 슬픈 느낌마저 듭니다. 얼마 전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면서 참석하신 부흥회에서 다시 그 옛날 경험했던 아픔을 느끼셨다니, 얼마나 실망이 크셨겠습니까? 기독교의 좋은 용어들이 잘못 남용될 때, 아주 왜곡된 단어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부흥이란 말은 참 좋은 말입니다. 개인의 가라앉은 신앙를 북돋아 주고, 교회의 침체된 모습을 다시 회복시킨다는 의미에서, 신앙 부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18세기와 19세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신앙 부흥의 역사를 보게 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국의 죠지 휫필드, 요한 웨슬레, 그리고 마틴 로이드 존스, 미국의 죠나단 에드워드, 챨스 피니, 그리고 디 엘 무디 등의 삶과 사역 앞에서 겸허해지고 숙연해지곤 합니다. 그 분들은 모두 다른 배경 속에서 하나님께 받은 은사들이 달랐지만, 그 분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분들이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으로 하나님께 영광 드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분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과 비천함을 철저하게 고백하면서, 성령님의 다스리심과 간섭하심에 철두철미하게 순종했던 분들입니다. 비근한 예로서, 조나단 에드워드는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신학자요, 목회자요, 부흥사였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묻혀 있는 무덤은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점만 보아도, 그 분이 얼마나 검소하고 경건하게 사셨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부흥회가 그 본연의 목적에서 조금이라도 이탈된다면, 개인이나 교회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형제님이 참석했던 부흥회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주에서 목회를 하면서 너무 지치고 힘이 들었을 때, 저 역시 어느 미국 부흥회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뜨거운 분위기 였습니다. 찬양이 우렁차고, 기도는 하늘을 치솟고, 말씀에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제님이 경험한 것과 같은 석연치 않은 모습은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하나님 중심의 부흥회였습니다. 저는 그 부흥회에서 큰 은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말을 정확하게 잘 알게 듣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하나님의 영은 언어를 초월했습니다.

형제님에게 선악 간의 분별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찬양하시기 바랍니다. 형제님 속에 살아계신 성령 하나님께서 형제님에게 더 순수하고 강인한 믿음을 주실 줄 믿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부족한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 말씀의 본질을 추구하는 형제님이 되시기를 권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