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의 역동성을 더해주는 동시에 1세가 가꿔온 신앙유산을 이어받아야 할 주역인 2세들. 2세 사역의 중요성은 1세와 2세 모두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애틀랜타 지역은 물론 미 전역에서 2세 사역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교회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1세와 2세를 연결하는 신문을 만들고자 기독일보는 그간 2세 사역에 큰 관심을 갖고 각종 2세 집회 및 모임을 취재하고 2세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애썼지만 여전히 그들은 1세 교회를 조용히 탈출하고 있다. 이른바 ‘Silent Exodus’ 즉, 조용한 탈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센서스국의 한국인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캐더린 박 목사를 만났다. 20년 넘게 유스, 청소년 사역에 몸 담아온 그녀는 “유스 담당자로 사역하며 어린 나이지만 뜨거운 열정을 갖고 헌신했던 아이들이 자라나 리더가 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걸 볼 때마다 마음에 큰 부담과 실망이 남겨졌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프로그램을 더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나이별로 나눠진 교회사역이 이제는 가족사역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제안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세대가 함께 가는 사역’ 즉, ‘Intergenerational Ministry’. 지난 50년간 미국교회 기독교 교육은 가정과 부모로부터 떨어뜨려 교회 교육부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그 결과 미국교회 역시 청소년들의 교회이탈이 심각한 지경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성경으로 돌아가 신명기 6장 7절 말씀처럼 가정과 교회가 손잡고 신앙교육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대별 특화된 사역 장점 많지만 가정에서의 신앙교육 부재(不在)는 재앙(災殃)
지난 수십 년 동안 교회와 신학대에서는 유스 스페셜리스트를 길러내고, 세대별로 특화된 사역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부모의 신앙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교회에 가면 자녀들은 훌륭한 프로그램에 맡기게 되고, 부모들은 장년부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화 된 것이다.

“세대별 특화된 사역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정과 지나치게 분리된 사역으로 부모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교회 교육부에 자녀들을 맡기기만 하면 신앙교육은 저절로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부모가 가진 신앙을 공유하고 체험한 은혜를 아이들이 보면서 깨닫고 자신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하겠다는 롤모델이 되어 하는데, 이게 없으니 유스사역할 때는 재미있어서 나오다가 조금 크면 (10학년 정도 되면) 신앙의 중요성, 나에게 주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점차 식어지게 된다.”

캐더린 박 목사가 알고 있는 한 전도사는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큰 한인교회에서, 다양한 유스프로그램을 돌리는 중, 고등부 사역을 하면서 본인의 자녀를 이 시스템에서 키웠다. 교회 일에 몰두하는 부모를 따라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고 ‘예수님이 좋아요’ 고백하며 자라던 이 자녀가 어느 날부터인가 교회 가기 싫어하고, 멀리하게 되었다. 훌륭한 교역자팀, 유스 프로그램이 충분했지만 정작 이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붙들고 갈 깊은 신앙의 뿌리는 내리지 못한 것이다.

“매일 교회에 가서 생활할 정도로 열정적이더라도 가정에서는 따로 앉아서 신앙을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나누고 예배 드리는 시간이 꼭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유스 사역에서 다 채울 수 없는 중요한 한가지가 빠진 것이다.”

잦은 교역자 교체는 청소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인 동시에 신앙성숙 막는 지름길
유스 사역의 또 다른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잦은 교역자 이동이다. 유스 사역을 오랫동안 해온 장본인으로 캐더린 박 목사는 ‘가장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라고 표현했다. 유스 그룹을 6-12학년으로 볼 때 7-8학년 까지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르려고 한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이때까지가 적당하다. 그러나 9학년부터는 좀체 마음을 열지 않고, 10학년이 되면 어른들과 담을 쌓는다. 이후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어른들과 동등한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10학년 즈음 부임하는 교역자와는 인간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깊은 관계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 목사님이 와서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훈련해서 10학년쯤 되면 유스그룹의 리더로 서고, 장차 어른이 되면 갖게 될 신앙의 뿌리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목사님이 바뀌면 일단 9-10학년 아이들은 이유야 어쨌든 저 목사님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고 관계 맺어온) 이전 목사님이 떠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또 조만간 성년이 되어 떠날 것이기 때문에 관계를 새롭게 맺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그럼 새로운 목사님은 7-8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리더십을 세우고 훈련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이 아이들을 몇 년 가르쳐서 리더로 세울 때쯤 되면 또 떠난다는 것이다. 그 목사가 잘하던 못하던 한 명이라도 이 목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담임목사님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다.”

어느 단체나 기관도 리더가 자꾸 바뀌면 혼돈스러운 법인데 질풍노도의 시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그나마 심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담당 목사님을 교회에서 ‘이유야 어쨌든’ 쉽게 교체한다는 것은 아이들 가슴에 깊은 상처와 혼란을 더할 뿐이다.

(다음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