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찾아왔습니다. 마치 주님께서 "아직도 내가 너희를 이처럼 사랑한단다"고 식을 줄 모르는 사랑고백을 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감히 송구스러운 표현을 하자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고백하신 사건이요 날인 것입니다. 그것도 거절당할 줄 뻔히 아시면서도 말이지요. 요한은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다" (요1:11)고 그 실상을 설명했습니다.

내 소유도 아니고 죽도록 사랑하기는 커녕 나의 이기심에 뿌리 내린 우리의 사랑이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해도 심한 모멸감과 상처와 심지어는 증오에 불타기도 하는데 당신의 땅에서 사는 당신의 백성들로부터 보기좋게 딱지를 받으면서도 우리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시는 그 분의 얼굴이 크리스마스의 장식 불빛에 나타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사실 주님의 이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하면 성탄을 축하하는 카드나 인사말 등에서 점점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그 분이 싫어서 당신 스스로 모습을 감추신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을 싫어하는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못할 일을 그 분에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잘못 말했다가는" 큰 코를 다칩니다. 그래서 그 말 대신 "해피 할러데이" 라는 말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어느 특정 종교를 언급하는 표현을 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니 그리스도를 빼라는, 그야말로 지나가는 강아지도 웃을 말들을 인간들은 너무도 태연하게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카드에 그리스도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족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그게 당연한 추세가 되었습니다. 물론 성탄절을 맞아 온 가족이 인사를 드린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무슨 이유도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주인이시고 주인공은 예수님 바로 그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기쁜 성탄주일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말씀드리는 것이 "거시기"하지만 이 "거시기"한 중요한 사실을 망각한 채 추구하는 기쁨은 본질상 기쁨이 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 성탄일 (거룩한 생신)이 지극한 세속으로 둔갑하고 물들어가는 이 때 한번쯤 깊이 생각하며 자성하고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자, 그건 그렇고

이제 주님의 탄생을 기뻐합시다.

함께 축하합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생자를 보내신 성부 하나님께 감사드립시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