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가 무산된 데 이어,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18일 소집한 재선거관리위원회가 고성과 물리력이 동원되는 끝에 결국 파행됐다. 폭력과 욕설이 오갔던 현장 분위기는 사태가 1년을 넘어서며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사실만 확인시켰다.

지난 9월에 소집됐던 재선거관리위와 마찬가지로 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김국도 목사측과 신기식 목사 등 일부 목회자들은 회의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격렬히 항의했고, 약 40분여간 혼란이 이어지자 이 직무대행은 ‘정회’를 선언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당초 재선거관리위를 열기로 공고한 오후 1시에 앞서 회의 장소인 광화문빌딩 감리교 본부 16층에는 김국도 목사측 약 40여 명의 목회자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1시가 되어도 선관위원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식사 장소인 근처 모 식당을 직접 찾아갔다.

이들은 “회의 장소를 불법으로 변경해 밀실 회의를 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30여분간 언쟁이 계속된 이후 이 직무대행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은 장소를 다시 본래 예정된 장소로 옮겨 공식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양측의 치열한 대립으로 혼란은 계속됐다.

이 직무대행은 33명의 참석인원을 확인하고 선관위원들 이외에 출입을 금지한 채 긴급히 개회를 선언했다. 회의 초반 일부 위원들로부터는 선관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이 직무대행은 그대로 회의를 진행시켰다.

이 과정에서 모임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다시 회의장을 장악했고, 약 30여분간의 언쟁 속에 더 이상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 직무대행은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후 외부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난 이 직무대행은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히며 “회의를 개회하고 정회를 선언했으니 다음에 다시 속회해 회의를 진행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짧게 밝혔다. 잠깐 동안 입장을 밝히는 것도 재판으로 공방을 펼치고 있는 신기식 목사가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대화가 중단됐다.

선관위 파행 이후 감독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국도 목사측 김충식 감독과 김승현 감독은 “공식 모임은 2주 전에 공고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 모임 자체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파행될 것을 알면서도 이 직무대행측이 법원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계획된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직무대행은 현재 진행 중인 ‘감독회장 직무대행 직무금지 가처분’ 심리에서 신기식 목사를 비롯한 일부 세력의 방해로 인해 법원이 자신에게 권한을 부여한 재선거 집행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16일 직무정지가처분 심리에서 판사가 이 직무대행에게 재선거와 관련한 진행 상황에 대해 질문했었고 18일까지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동안 재선거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받아왔던 이 직무대행측이 보다 확실한 증거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들은 “총회를 계획해놓고는 일방적으로 선관위를 소집해 기습적으로 재선거를 치르려 하는 것에 대해 묵과할 수 없었다”며 “감리교 정서는 총회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총회 결의라면 100%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부분의 연회 감독들을 비롯한 다수 감리교 관계자들은 총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 직무대행은 “자신에게 총회를 개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법원이 정해준 이 직무대행의 임기에 대해 이 직무대행은 차기 감독회장 선출까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은 법원이 이 직무대행에게 권한을 부여한 재선거 기한인 이번 달 31일까지라고 강조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깊어져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