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떠난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인이민자들이 국제 난민을 찾아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미국으로 망명한 난민 가정을 최소 3개월씩 돌봐주는 월드릴리프(World Relief)의 구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애틀랜타한인교회(담임 김정호 목사)의 유승미 집사, 한인수 집사를 9일 기자가 만나, 동행했다.

현재 미얀마 2가정을 돌보고 있는 유 집사와 한 집사는 트렁크에 가득 쌀과 생필품, 옷가지를 챙겨 들고 오전 10시경 존스크릭에서 스톤마운틴으로 출발했다. 두 미얀마 가정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약 20여 개국에서 온 난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첫번째 가정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인기척은 없었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영어공부를 하러 갔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쌀과 옷가지 가득 문 앞에 두고 와야 했지만, 5살 짜리 딸이 있는 이 가정을 위해 꽃무늬 스타킹도 세심하게 챙겨 넣었다.

미얀마 난민들은 보통 닭을 잡는 닭 농장에 취직한다. 그러나 한달 평균 임금이 1200불 가량이라 취직을 한다고 해도 렌트비 700불을 제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보통 부부가 함께 취직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어린 자녀들도 함께 생계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묵도를 드리며 복음전파를 위해 기도한 유승미 집사와 한인수 집사.
두번째 가정을 찾아 문을 두드리자 이번에는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남성이 반갑게 문을 열었다. 미얀마에서 최근 망명 온 캬우 윈(Kyaw Win)씨다. 이 가정에는 아내와 19살 된 딸, 10살, 5살이 된 아들이 있는 데 기자가 방문 한 때에는 다른 가족들은 영어공부를 위해 집을 나선 뒤라 이웃집 꼬마와 윈 씨만이 집에 남아 있었다. 아직 아무도 직업을 구하지는 못했다.

거실에는 소파와 의자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 언뜻 보기에도 미국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앉자마자 짧은 묵도를 드린 유 집사와 한 집사는 윈 씨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가져온 쌀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연신 ‘Thank you’를 말하는 윈 씨.

아직 서투른 영어로 긴 대화가 어려운 윈 씨에게, 유 집사가 밤 하나를 건네며 이빨로 깨무는 시범(?)을 보이자 윈 씨도 이빨로 깨물어 달달한 밤을 씹어먹으며 활짝 웃어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유승미 집사는 “미얀마 사람들은 그래도 낫지만, 엄마 아빠는 망명길에 죽고 아이들만 오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난민들의 종교가 참 다양하다. 이슬람교인도 있고, 불교신자도 있다”며 “신앙이 다른 사람들도 교회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연히 기독교에 대한 호의감을 갖게 되고, 나중에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결국 구제사역을 하는 것도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고 말했다.

▲두번째 캬우 윈(Kyaw Win)씨의 가정을 찾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한인수 집사, 유승미 집사, 캬우 윈 씨.
윈 씨 가정을 섬기고 있는 한인수 집사도 “윈 씨는 불교신자지만, 지난 번에 함께 손잡고 기도할 때는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맞장구 쳤다.

한 집사는 또 “아무것도 없는 이 사람들이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물질이 행복을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닌 데 너무 물질에 매여있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주는 것보다 정신적으로는 받는 것이 많다”고 했다.

복음주의단체 NAE(The 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국가에 식품, 구호품, 생필품 등을 보내면서 시작된 월드릴리프는 현재 미국에서 들어오는 난민 인구 8만 명 중 10% 약 8천명을 배정 받아 돌보고 있으며 한 교회 당 2 가정이 배정돼 최소 3개월을 돌봐주고 있다.

한편, 오는 13일(주일) 오후 3시 던우디침례교회에서는 월드릴리프에서 지원하는 조지아 주 국제난민이 모두 모여 파티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