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세상이 처음 열리던 날, 온갖 짐승과 꽃나무, 풀포기가 생겨났을 때 진홍가슴새 한 마리도 태어났다. 그 새는 온통 잿빛 털로만 덮여 있는 자기에게 왜 ‘진홍가슴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해 신에게 물었다. 그러자 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참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될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린이 신앙동화 <진홍가슴새의 비밀>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으면, “저 새는 어떻게 진홍빛깔의 깃털을 갖게 될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진홍가슴새의 날개짓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촉촉해지는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진홍가슴새는 진홍빛 깃털을 얻기 위해 장미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몸에 새빨간 물감을 칠해보기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을 향해 사랑을 실천하자, 그의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예수님의 이마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어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쉰 아기 진홍가슴새는 용기를 내 예수님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리고는 예수님의 이마에 박힌 면류관의 가시를 부리로 하나하나 뽑아내기 시작했어요. 가시가 뽑힐 때마다 피가 솟아 나왓어요. 아기 진홍가슴새는 곧 피투성이가 되었지요.”

피투성이가 된 진홍가슴새는 아무리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진짜 진홍가슴새’로 거듭나게 되고, 그 새가 낳은 새끼들도 가슴에 선명한 진홍 깃털을 갖게 된다. 사랑을 실천할 때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은 이 이야기는 짧은 내용으로 긴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 동화의 저자인 셀마 라게를뢰프는 스웨덴의 작가로, <닐스의 신기한 모험>으로 여류 작가로서는 세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 동화는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쉽게 각색됐으며, 따뜻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복음적인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동화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