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런데 시험 중에서 제2외국어 선택에서 ‘아랍어’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에서는 2005학년도부터 ‘아랍어’ 과목을 제2외국어에 포함시켜 왔는데, 전국의 일선 고등학교(일반계 1,351개교, 실업계 729개교)에서 이를 가르치는 학교는 한 군데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 난이도가 대학 수능시험이 아닌 마치 초등학교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학년도에 치룬 시험 문제 일부를 살펴 보면 28번 문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진을 보여주며 “글과 사진으로 보아 민수가 방문한 나라는?”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29번 문제는 “다음 그림으로 보아 마흐무드가 먹지 않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돼지 그림, 닭 그림, 양 그림, 오리 그림, 소 그림을 보기로 제시했다. 30번 문제는 카바 신전과 그 주위를 도는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과 대화로 보아 가장 관련이 있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보기로 단식, 결혼식, 졸업식, 성년식, 성지 순례를 제시했다. 이것은 아랍어 시험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수준이면 풀 수 있는 상식 문제에 다름없다.

수준이 이렇다 보니 “아랍어를 선택하면 20~30점은 공짜로 득을 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9년 6월 모의고사에서 제2외국어 최고 점수에서는 아랍어 과목에서 100점짜리가 나올 때, 다른 제2외국어인 스페인어, 독일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등은 약 60~70점대를 기록해 대조를 이룬 바 있다.

결국 제대로 아랍어 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고 하는 것은, 교육의 부실화와 함께, 다른 언어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소문으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수험생은 늘고 있다. 지난 2005학년도에서는 531명이던 것이, 2007학년도에는 5,072명으로 늘었고, 2008학년도에는 13,588명이었으며, 2009학년도에는 29,278명이 응시하였다. 이처럼 2007학년도 이후에는 해마다 2배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10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공문을 보내, 제2외국어 분야에서 난이도가 공정하지 못하므로, 이를 시정하라는 것과, 향후 아랍어에 쏠리는 관심으로 졸속 교육 행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수요에 의해서 급하게 아랍어 교사 채용을 하려 한다면, 종교적이거나 테러와 같은 목적을 가진 자원을 교사로 끌어들일 수도 있어, 이에 대한 경계를 단단히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11월 10일(공문 도착) 회신을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다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선발과정에서 표준 점수보다 백분위를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또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는 것을 권고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내용도 보내왔다.

교회언론회는 그러나 “아직도 정부가 아랍과의 교류, 아랍어의 교육 기회만을 생각하여 아랍어가 유입되면서 발생할 사회적, 종교적 문제에 대해서 소홀히 한다면 교육 목적보다 더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며 “이를테면 아랍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교육을 빌미로 이슬람교 포교를 하려 한다든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테러의 교두보 마련을 획책한다든지 할 경우 사회적, 국가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언론회는 “그러므로 정부는 부득불 수요에 의하여 아랍어 교사를 초청해야 할 입장이라면, 자격과 신분이 분명한 사람만을 엄선해야 한다”며 “즉 이슬람 지역에 살면서도 이슬람교와 무관한 자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회언론회는 “우리나라는 지금 교육의 기현상을 보고 있다”며 “어찌하여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과목을 대학 수능 시험 교육 과정에 포함시켰는지, 점수만 잘 나오면 무조건 공부하지 않고 점수만 많이 받으려 하는지, 교육 당국은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교육 일선에 부작용과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