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의 또다른 얼굴인 ‘평등’의 메시지가 여전히 많은 수의 흑인 인구를 매료시키고 있다고 한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워싱턴 국립과학학술원에서 해군학을 연구하고 있는 31살의 흑인 세쿠 잭슨은 그가 자주 받는 몇 가지 질문들에 익숙해졌다. “왜 일하는 중간에 기도를 하러 나갑니까?” “흑인 무슬림들은 주로 감옥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나요?” “왜 당신은 무슬림이 되고 싶었나요?” 잭슨은 이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무슬림으로서 겪는 일종의 이중고”라고 말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최근 반정부 인사인 흑인 이맘 루크맨 아민 압둘라가 FBI와의 대치 중 저격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잭슨은 이 사건 이후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시선을 더 따갑게 느낀다고 밝혔다.

비록 압둘라가 속한 이슬람 단체는 미국 내 주류 이슬람은 아니지만, 지난 5월 흑인 무슬림들이 뉴욕의 유대인 회당과 군사 기지에 폭탄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흑인 무슬림에 의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흑인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흑인 무슬림은 빈곤층이거나 학력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경제적·사회적 평균 계층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신문은 전했다.

대부분의 미국 흑인 무슬림들에게 이슬람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평등’의 메시지다. 무종교 가정에서 태어나 18세 때 이슬람으로 개종한 잭슨은 “미국의 흑인들은 독특한 역사를 경험해 왔고, 이는 이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줬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억압 받아 온 사람들에게 누군가 와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전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잭슨의 말처럼 역사적인 배경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미국 이슬람의 뿌리는 1930년대 흑인의 주권과 백인의 사악함을 강조하는 독특한 교리를 내세우며 많은 흑인 개종자들을 이끌어낸 ‘로스트 파운드 네이션 오브 이슬람’이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말콤 엑스 역시 1960년대 이 그룹에서 한 때 활동한 바 있다.

‘로스트 파운드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1975년 분열해, 현재 미국 2대 주류 이슬람 그룹인 정통 수니파(300개 모스크)와 ‘네이션 오브 이슬람(100개 모스크)’으로 나뉘게 된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은 흑인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로스트 파운드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했다. 미국 흑인 무슬림들은 정통 수니파 다음으로 많은 수가 이 네이션 오브 이슬람 소속이다.

이처럼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발달해 온 미국 이슬람의 역사에 비춰볼 때, 흑인들이 아직도 ‘이슬람’이라고 하면 ‘평등’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바사르 대학 종교학 교수인 로렌스 마미야는 밝혔다.

또한 백인들에게 이슬람이 ‘이방 문화’로 여겨진다면,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는 ‘전통과 유산’의 의미로도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마미야 교수는 “대다수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 이슬람은 그들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미국에서 많은 수의 흑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9/11 테러 개종율이 다소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흑인 수가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무슬림 인구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7년 당시 퓨 포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백50만 명이 무슬림이었으며, 이중 35%가 흑인으로 나타났다. 또 특정 무슬림 단체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수는 6백만 명에 달하며, 이 중 3분의 1 가량이 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