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한인회관에서 열리는 ‘도박치유와 예방 그리고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한 도박중독 세미나를 준비하는 제이 C. 씨와 토니 L. 씨를 만났다. 2년이 넘는 기간, 단도박 모임을 이끌며 그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온 두 사람이지만 아직도 서로의 본명을 모를 정도로 단도박 모임은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깊은 수렁 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이번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과거 자신들과 같이 빠져 나오고 싶어도 길을 몰라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황폐화시키는 ‘도박중독’이라는 ‘진행성 정신병’에 걸린 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는 애틀랜타교회협의회(회장 최병호 목사), 한인회 산하 패밀리센터(소장 김재홍 목사), 애틀랜타 한국순교자천주교회 등에서 후원하는 등 기독교와 천주교는 물론 한인회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만큼 한인사회 암적존재인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이 C. 씨와 토니 L. 씨는 입을 모아 “도박중독자 가족모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의 사랑과 지혜로운 대처로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빛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간증과 단도박 모임의 현황, 그리고 비전을 나눠봤다.

-어떻게 도박에 빠져들게 됐나?
제이 C.-어릴 때부터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모든 놀이에 돈을 걸지 않고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이것이 도박중독으로 가는 첫걸음이었어요. 85년 1월에 미국으로 이민 오고, 카지노에 드나들면서 중독으로 진행됐죠. 미국 곳곳의 카지노는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고 중간 중간 한국갈 때도 쉐라톤 호텔 도박장을 들리고요. 단도박 모임은 아내의 권유로 90년도부터 다녔지만 여전히 도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7년전 마지막 도박에서 거의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새 삶으로 가는 길이 계기가 됐습니다.

토니 L.-미국에 유학 와서 대학 논문 쓰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한 것이 도박중독이 됐어요. 1990년부터 7년 동안 단도박 모임을 나가면서 치유됐고, 이후 3년 동안 도박을 안 했어요. 이제 정말 끊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은퇴자금을 관리하면서 리스크(Risk)가 높은 주식이나 투자에 손을 대면서 다시 도박중독에 빠졌어요. 바닥까지 떨어져서 이제 죽어야겠다 생각하고 가족들보고 떠나라고 했는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단도박 모임에 나가게 됐고 이제 평생 모임에 나와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겪은 도박중독의 폐혜는 무엇인가?
제이 C.-도박은 경제뿐 아니라 가정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약물이나 술보다 파괴력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 줄 아세요? 겨우 도박중독에서 벗어나 지난 6년간 고생 하면서 빚을 갚고 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니 한국에서 돈 땄을 때 생각이 가끔 납니다. 중독자들은 항상 그걸 생각해요. 잃었던 것보다 한번 땄을 때의 그 쾌감 때문에 계속하게 됩니다.

토니 L.-도박중독은 정신병이에요. 그런데 아내와 아이들도 상당수 심각한 우울증과 정신병에 시달립니다. 중독자의 심각한 감정의 기복에 정상인이 맞추려다보니 같이 정신병에 걸릴 수 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학대(Abuse) 당하는 거에요.

-단도박 모임에 대해 소개해 달라.
토니 L.-먼저 도박중독은 자신의 의지나 습관으로 고칠 수 없는 진행성 정신병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완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평생 억제는 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 억제력을 길러주고, 같은 경험을 소유한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단도박 모임이다.

알코올중독 치료모임(Alcoholic Anonymous)처럼 도박중독자들이 모여 12단계 치유과정을 거칩니다. 처음 3단계는 절대적인 파워(하나님)와 나의 관계를 찾고, 자신의 무력함을 철저하게 내려놓습니다. 4-7단계에서는 그분께 문제를 맡겨 놓고 나의 나쁜 점과 잘못된 습관, 성격을 시인하고 고쳐달라고 간구하며 자신을 회복하는 단계입니다. 8-9단계에서는 자신이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보상할 리스트를 만들어 보상해주고, 용서를 비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이렇게 해도 다시 빠져들 수 있어요. 10단계는 혹시 또 잘못했다면 빨리 받아들이고 돌아오라는 단계이고, 11단계는 기도와 명상을 통해 그분(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그분께 가까이 가며 그 뜻을 실천할 힘을 달라고 매일 묵상하고 기도하는 단계로 평생을 지속하게 합니다. 마지막 12단계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을 함께 애통해하고 불쌍히 여겨 인도하자는 단계입니다.

제이 C.-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도박 모임은 현재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이고, 미국 전체 단도박 협회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활동적으로 나오는 분들은 3-6분 정도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엘에이, 휴스톤, 볼티모어, 뉴저지 등에서 모임에 참여한다. 우리는 철저히 익명을 사용하고,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절대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코멘트를 원할 때 하는 정도이지, 잘잘못을 따지지 않습니다. 가족모임도 있는데 이들도 철저히 익명을 사용합니다.

-가족모임은 왜 중요한가?
-토니 L.-중독자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 가족입니다. 중독에 걸리면 그 패턴이 똑똑 같은데 정작 중독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가족이 미리 알고 대처해 나가야 해요. 가령 남편이 중독자라면 아내는 거기에 감정적, 정서적으로 휩쓸리지 말고 자동차, 집 등 모든 타이틀(명의)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은행 계좌도 따로 관리해야 하며, 크레딧 카드도 절대 만들어 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어떤 소리를 해도 절대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도록 합니다. 혹시 후에 이혼하고 혼자 살려고 해도 재정적으로 엮여 있으면 아내도 살 길이 없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 크레딧 카드를 한번에 100불 이상 사용하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메일이 가고, 은행 계좌나 크레딧 카드도 혼자 만들지 못합니다. 중독자들은 치유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망설이지만 가족은 방법을 알면 실천에 옮깁니다.

제이 C.-저 같은 경우도 7년 전 도박으로 모든 돈을 잃었을 때, 아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해놨기 때문에 결국 돌아오게 됐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마약중독자에게 마약을 주는 것과 같아요. 얼마 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유명 카지노에 가서 Self-Exclusion Form을 제출하고 왔습니다. 이걸 하면 그 카지노 관련 시설에 발만 들여 놓아도 경찰이 와서 잡아 갑니다.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합니다. 스스로 억제가 안되니 외부 억제력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도박 모임을 통한 비전을 나눠달라.
토니 L.-산호세 백남원 목사님을 중심으로 단도박 모임을 정식 비영리단체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CARE 중독치유와 예방협회인데, CARE는 Changed by Affection, Respect and Encouragement입니다. 즉, 사랑과 존경, 격려를 통해 회복된다는 말입니다. 중독자들은 자존감이 정말 낮습니다. 이들에게 가족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자녀들은 여전히 존경하고 있으며, 사람은 누구든 실수 할 수 있다, 진짜 실패는 중독이라 주저앉고 포기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 1회 모임이 있는데 앞으로는 주 7회 매일 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또 1.5세, 2세들 가운데 심각한 중독에 빠진 이들을 치유시켜 그 세대를 위한 인도자로 세워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애틀랜타 단도박 모임, 가족 친목모임 매주 일요일 저녁 7시에서 8시 30분
http://cafe.daum.net/atlantakoreanga
토니 L. (404) 519-7011, 제이 C. (404) 542-1956

도박중독 상담 핫라인 (678) 431-6600
뉴욕 레지나 킴 (718) 321-2400
볼티모어 알렉스 A. (443) 722-6119
산호세 백남원 목사 (510) 673-8584
로스앤젤레스 앤디 Cho (818) 279-3194
쟌 Park (818) 270-7651
Mr. 노 (323) 896-1116
탐파베이 크리스 K. (813) 957-2240
시카고 케이 Bae (847) 987-4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