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하였던 대학은 인디아나의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백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지만 한국인은 거의 다녀간 적이 없는 백인들의 학교였습니다. 필자가 마켓에 나가면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을 구경하였고 어린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앞에 다가와서까지 구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오리엔탈이라는 말과 차이니스라는 말로 필자를 정의하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에는 오래전 한국인들이 백인이나 흑인을 구경하며 서양사람이라고 말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무심코 우리들이 사용하는 그 말 속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생각에서 표현된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리엔트(orient)라는 말은 현재는 아시아의 전지역을 칭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리엔트라는 말은 그 규정하는 범위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습니다. 본래 이 말은 로마인의 언어인 라틴어의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 오리엔트라는 말은 본래 해 뜨는 곳, 동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로마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동쪽에는 지금의 그리스인 고대의 헬라와 그 너머의 동쪽인 지금의 터키지역인 아나톨리아를 의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서쪽을 오키덴트(occident)라고 하여 자신들을 중심으로 동과 서를 구별한 것이었습니다. 그 오리엔트의 개념이 아나톨리아를 넘어서 점점 그 너머의 동쪽의 나라들까지 유럽인들이 알게 되면서 전 아시아를 칭하는 개념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고대 오리엔트라는 말로 쓰일 때는 가장 오래된 문명지역인 중동이라고도 불리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에서 근동, 중동, 그리고 극동이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입니다. 동쪽 나라와 사람이라는 오리엔트는 이렇게 로마인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부른 이름이 그 출발이었던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동양과 서양이라는 표현은 중국의 세계관에서 출발된 것입니다. A.D. 10세기에서 13세기에 중국에는 송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3세기에는 몽골인들에 의해 세워진 원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나라의 뒤를 이어서 A.D. 14세기에 명나라가 등장하였습니다. 당시 바다를 통해 인도와 아랍인들의 중동지역과 많은 교역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지금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이 위치한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동쪽 바다라는 의미로 동양, 서쪽 바다라는 의미로 서양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동양은 중국, 한반도, 그리고 일본을 둘러싼 바다와 태평양을 포함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양은 인도양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있는 큰 바다를 대서양이라고 불렀고,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면서 외서양이라는 말도 등장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바다를 칭하던 것이 그 후 문명적 개념으로 쓰이면서 유럽과 미국 등이 중심이 된 문명을 서양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문명을 동양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표현들도 중국인들과 말라카해협의 오고가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중심에 두고 부르던 이름이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처럼 생각이 주관적이고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기준으로 하여 타인을 바라보면서 다르다고 말하기 보다는 틀렸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익숙한 것은 옳은 것이고,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급한 성격의 소유자는 느린 성격을 가진 자를 비판합니다. 반면 느린 성격의 소유자는 급한 성격의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탓합니다. 조용히 식사를 하는 것이 옳다고 배운 사람들은 식사시간에 많은 대화를 하는 이들을 탓합니다. 반면 식사시간에 대화를 즐기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말없이 식사를 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적응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편해 합니다. 이제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던 것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우리가 되면 더욱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