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신임 총장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근처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정일웅 교수는 목회자들의 손에 이끌려 운영이사회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기된 얼굴의 정 교수에게 목회자들은 축하의 악수를 건냈다. 선출이 확정된 직후 소감을 전해달라는 요청에 단 위에 올라선 정 교수는 “하나님께서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신 것 같다. 남은 생애를 총신대를 위해 몸 바치라는 뜻으로 알고 학교의 발전과 교단의 발전,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총장 선출이 파행을 거듭한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운 마음으로 선거를 지켜봐왔던 인물이다. 지난 해 9월 선거에서 3차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다표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3분의2 이상’이라는 선출 규정에 미달돼 당선이 좌절됐다.

당시 선거에서 정 당선자는 총 124표 중 82표를 득표해 기준에 단 1표가 부족했다. 이후 선출 규칙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올해 2월 ‘과반수’로 수정됐다. 이후 정 당선자는 꾸준히 유력한 후보군에 오르내렸으며 결국 당선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정 당선자에 대해 한 목회자는 “교육학자로서의 학문적 경험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포용력, 세워진 목표를 강력하게 추진해나가는 리더십과, 고난을 통해 다듬어진 저력과 소박한 인간미가 있다”고 평했다.

선거 직후 간단히 기자회견을 가진 정 당선자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긴 기간을 보내 지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다음은 정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약 1년 3개월 만의 선출이다. 그동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한 표가 모자라 당선되지 못한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영원한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때가 제일 어려웠다. 사람들로부터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하게 느꼈다.”

-총장 선출 과정을 지켜보며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느낀 게 있는가.

“자유민주주의의 방법 속에서 성숙하게 일어서야 하는데 화합하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더 민주화되고 성숙한 기독교 사회가 되도록 발전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선거 과정에서 교단의 지도자들이 학교에 대한 관심을 쏟아내면서 나온 생각들이 서로 충돌했다.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총신대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의 주제가 오늘 우리의 관심사이다. 그간 한국교회의 신학교육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기대와 함께 문제점들이 자주 거론됐다. 경험적인 것에 치중하기 보단 이론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한 개혁주의 신학을 보수적으로 이끌어왔던 학교로서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며 한국교회와 세계 선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명을 굳건히 수행해나갈 것이다. 기독교 인문학을 잘 이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개혁주의 신학에 충실한 목회자를 양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