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와 NCCK(회장 김삼환 목사)를 내방하고 종교계의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한기총과의 면담에선 대북 문제 접근 방법론을 확실히하기도 했다.

10일 오후 2시 반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회의실에서 가진 면담에는 기독의원인 황우여 의원, 김기현 의원, 김충환 의원 등이 동행했으며 한기총에선 김운태 총무, 정연택 사무총장, 송태섭 총무협 직전회장 등이 자리했다. 그간 여·야 대표들은 선출 직후 관례적으로 양 기구를 방문해왔다.

정몽준 대표 “위정자들이 북한 실상 올바로 전하지 않았다”
엄신형 회장 “여론에 끌려다니지 말고 국민을 선도해 달라”


“어려운 시기에 집권당 대표를 맡았다”며 가볍게 인사를 건낸 엄 대표회장은 곧바로 “임진강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분하다”며 화두를 꺼냈다.

엄 대표회장은 “이번 문제가 고의였든 실수였든, 남북은 항상 대치상태에 있는 만큼 미리 확실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며 “이럴 때 대표가 되신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집권당이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민감한 사안이 나오자 미소를 지으며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충일 의원을 소개함으로써 대신 답변을 유도했고, 김 의원은 유사 상황 발생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댐 건설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곧이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 희생됐는데도 ‘유감’이라는 정부의 표현은 국민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정 대표는 “제일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민이 공통된 이해를 갖는 것”이라며 “정치계와 국민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는 통일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가 한 목소리를 못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인지 국민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그동안 나라의 위정자들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해왔다면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이런 일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출애굽 당시 10대 재앙에 앞서 모세가 미리 경고했지만 바로가 듣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평상시에 신뢰를 얻기 위해선 말에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우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 대표(좌측에서 세번째)가 NCCK 본부를 방문해 권오성 총무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이 같은 의견에 엄 대표는 동의를 표하며 다양한 사안에 있어 ‘전문가’인 정부가 ‘비전문가’인 국민을 올바로 선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엄 대표는 “전문가의 생각을 비전문가들이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이 얼마나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가에 따라 (정책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며 “여론에만 끌려 다녀선 안 된다. 언론도 역할을 더 잘 감당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약 20분간 대화가 이어졌다.

정 대표는 곧이어 NCCK를 내방해 권오성 총무와 면담을 갖고 WCC 총회 유치를 축하했다.

정 대표는 “큰 대회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에 권 총무는 “유럽교회와 유치경쟁을 하느라 마지막까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결국 유치하게 되어 굉장히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총회 유치 의미를 설명하고 다음 주 수요일 감사예배 초청장을 전달했다.